[BIFF] 아르투로 립스테인 특별전 : 속박에 대한 네 가지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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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투로 립스테인은 멕시코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또한 홍상수 감독이 걸작으로 꼽는 영화 중 한 편인 루이스 부뉴엘 감독의 <절멸의 천사>(1962)에서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이후 연출 데뷔작 <죽음의 시간>(1963)부터 최근작 <더 리즌스 오브 더 하트>(2011)까지 30여 편에 가까운 장편영화를 만들며 세계적인 거장이 되었다. 그래도 감이 잘 안 오신다면, 이건 어떤가. 봉준호 감독은 자신만의 스릴러영화 베스트 10 목록을 가지고 있는데 데이빗 핀처의 <조디악>(2007) 코언 형제의 <파고>(1996)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1980) 등과 함께 아르투로 립스테인의 <짙은 선홍색>(1996)을 꼽았을 정도다.

아르투로 립스테인이 부산을 방문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플래시 포워드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된 것은 물론 그의 대표작 4편을 묶은 ‘아르투로 립스테인 특별전 : 속박에 대한 네 가지 변주’가 열리기 때문이다. 비록 봉준호 감독이 좋아하는 <짙은 선홍색>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순수의 성>(1973) <종신형>(1979) <운의 왕국>(1986) <시작과 끝>(1993)만으로도 아르투로 립스테인의 독특한 영화세계를 파악하기에는 결코 부족한 목록이 아니다. 소위 중남미 예술을 이야기할 때면 클리세처럼 따라붙는 ‘마술적 리얼리즘’에 대한 립스테인만의 독특한 해석을 목격할 수 있는 것이다.

립스테인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회에 대한 불온한 시선과 초현실주의적인 세계관은 <절멸의 천사>에서 함께 했던 루이스 부뉴엘에게 영향 받은 바가 크다. 여기에 ‘아무르 푸’라고 불리는 ‘미친 사랑’에 대한 매혹은 립스테인의 작품을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순수의 성>의 경우, 가족드라마의 카테고리에 묶이지만 세상으로부터 가족을 구하겠다는 명목으로 가족을 집안에 감금한다는 설정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여기에 감금된 아들과 딸이 근친관계를 맺기에 이르면 립스테인의 작품이 왜 초현실주의적인가를 어렵지 않게 느끼게 된다.

<순수의 성>이 가족 테두리 안에서의 감금을 형상화한다면 <종신형>은 특별전의 부제답게 또 다른 형태의 속박을 보여준다. 전직 소매치기가 출소 후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려하지만 부패경찰을 만나 또 다른 형태의 범죄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종신형>이 멕시코 사회의 부패함을 필름누아르의 형태로 보여준다면 <운의 왕국>은 도박에 빠진 남자가 흠모하던 여가수를 만나면서 성공과 사랑을 한꺼번에 거머쥐려는 부담감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러브스토리에 담아낸다. 그리고 <시작과 끝>은 립스테인의 초기작인 <순수의 성>의 시절로 돌아간 듯, 가족의 희생을 담보로 변호사로 성공하고자 하는 주인공의 비뚤어진 욕망을 비극적인 가족사로 끝을 맺는다.

다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립스테인이 초현실주의 계보에 놓여있지만 결코 멕시코 사회에 대한 리얼리즘을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족드라마, 필름누아르, 러브스토리 같은 장르에 속하면서도 립스테인 특유의 색깔을 놓지 않았던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르투로 립스테인은 이번 영화제 기간 동안 심사는 물론 핸드 프린팅 행사과 관객과의 대화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립스테인의 영화 세계를 심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marie claire
부산국제영화제 특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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