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Assassination)

assasination

<암살>은 매력적인 시대극이다. 단어 자체부터 무겁고 진지한 ‘역사’를 오락적으로 접근했을 뿐만 아니라 교훈적이기까지 하다. 김구의 명을 받고 모인 암살단이 친일파를 제거하기 위해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설정은 <미션 임파서블>의 독립군 버전이라는 인상이 짙다.

애초 그런 의도였을 테다. 김구의 신임을 받는 염석진 대장이 저격수 안옥윤을 비롯해 속사포, 황덕삼 등을 끌어들이는 과정부터 내부의 배신자가 발생해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치닫는 전개는 배경만 일제 강점기로 옮긴 <미션 임파서블>이 아닌가 말이다.

확실히 최동훈 감독은 여름 극장가를 찾는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수를 집어내는 능력을 지닌 ‘영화꾼’이다. 오해 마시기를! <암살>이 <미션 임파서블>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동안 일제 강점기나 경성을 배경으로 했던 한국영화들이 너무 진지하거나 경직된 태도로 관객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과 다르게 <암살>은 좀 더 유연한 방식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총을 쏘는 안옥윤처럼 매력적인 캐릭터가 눈을 사로잡고 하와이 피스톨과 같은 무정부주의자의 존재로 선과 악의 단순한 이분법 구도를 탈피하며 속사포와 황덕삼, 영감과 같은 코믹한 캐릭터들이 최동훈 감독 특유의 코믹한 감수성을 적재적소에서 터뜨린다.

혹자는 역사를 너무 오락적으로 소비한다며 폄훼하는 시선을 보이지만, <암살>의 진가는 친일파 표적 제거 후 이어지는 마지막 20여 분간이다. 영화는 반민특위의 친일파 청산 실패라는 역사적 사실과는 별도로 해방 후 정부의 요직을 차지한 친일파에 대한 응징의 ‘판타지’를 더한다. 비록 허구일지라도 이를 우회해 지금 한국사회를 잠식한 온갖 적폐의 뿌리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역사는 주로 교과서로 배우지만, 어떤 이는 영화를 통해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역사의 오락화가 왜 필요한지 <암살>의 흥행은 증명한다. 이 기세를 몰아 시리즈로 제작해도 좋을 듯싶다. 여전히 친일파와 그 후손이 설치고 다니는 마당에 <암살>은 사적 처벌의 쾌감만으로도 장수하는 시리즈가 될 것만 같다.
그라치아
(20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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