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레이>(About 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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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레이 About Ray’ 이 영화의 제목은 우리가 ‘레이에 대하여’ 이해해야 한다고 은연중에 강조한다. 그만큼 특별한 사연을 가졌다는 얘기다. 아닌 게 아니라, 레이(엘르 패닝)가 태어날 때 불린 이름은 라모나였다. 레이는 지금 라모나라는 이름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려고 한다.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성으로 성확정 수술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함께 사는 엄마 매기(나오미 왓츠)와 외할머니 도도(수잔 서랜던) 커플의 입장은 좀 다르다. 엄마는 레이를 지지하지만, 막상 레이의 성확정 수술 서류에 동의하는 보호자 사인을 하자니 마음에 걸린다. 행여 레이가 지금의 선택을 나중에 후회하는 것은 아닐까,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몰려와 마음이 심란하다.

동성 커플과 동거하며 딸 매기와 레이를 보살피는 도도는 손녀가 성확정수술을 하는 대신 레즈비언으로 살기를 원한다. 여성으로 태어나 동성을 사랑하는 것이나 남성의 몸으로 성전환하여 이성을 열렬히 좋아하는 것이나 여성을 마음에 품는 건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란 논리다.

가족 각자가 모두 자기 뜻에서 타인을 이해하다 보니 레이와 매기와 도도는 계속해서 부딪힌다. 그런데도 이들 가족의 결정이 최악으로 가기보다 현명한 쪽으로 흘러갈 거라 예상하게 되는 건 서로를 향한 사랑 만큼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레이가 학교 동급생에게 얻어터지고 집에 돌아오자 메기와 도도 커플은 그에게로 다가와 걱정스러운 눈빛을 내비친다. 그러면서 레이의 부은 눈두덩이를 가라앉히려고 각자가 생고기를, 아이스크림을, 통조림 콩을 가져오려고 부산을 떤다.

사랑하는 마음은 같아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은 각자가 처한 환경과 지나온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시선이 달라서다. <어바웃 레이> 이전 이 영화의 제목은 ‘3 Generation’, ‘삼대’이었다. 극 중 도도 커플과 메기와 레이가 한 집에 모여 사는 구조가 그렇거니와 이들 각자에게는 사회적 지위와 관련해 편견과 싸워 온 역사가 있다.

히피 세대로 보이는 도도는 한동안 성 정체성을 숨기고 살다가 지금은 (결혼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동성 커플과 함께 지내는 중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받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투쟁이 따랐을까. 그래서 이들은 손녀 레이가 또 다른 편견과의 싸움에서 마음 고생을 할까 봐 굳이(?) 성확정 수술을 받기를 바라지 않는다.

두 명의 엄마 밑에서 자란 메기는 아빠 없이 홀로 레이를 키운 싱글맘이다. 도도처럼 영화가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메기가 사회적 편견에 맞서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추측하기란 어렵지 않다. 딸 만큼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기 바라는 마음이 굴뚝같다. 이처럼 견해 차이는 있을지언정 각자가 힘들 때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 가족애가 굳건한 까닭에 이들 가족은 누구 하나 삐뚤어지지 않고 둥글게 가족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가족애는 <어바웃 레이>의 핵심 정서다. <어바웃 레이>가 퀴어영화로 시작하지만, 가족영화로 마무리되는 이유다. 흔히 성 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는 사회라는 보수적인 시스템에 개인 홀로 맞선 투쟁기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어바웃 레이>는 주변으로부터 성 정체성을 인정받는 차원을 넘어 성을 바꾸려는 이의 사연에 주목한다. 게다가 사연의 주인공이 16살이라는 점에서 그를 보호하고 감싸줄 가족의 역할은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차이를 극복, 화해에 다다르는 결말은 레이의 이야기를 특별한 사정에서 보편적인 경우로 승화한다.

<어바웃 레이>를 연출한 게비 델랄 감독은 갈수록 변모하는 가족의 형태를 조사하던 중 영화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아빠와 엄마와 아이로 이뤄진 전통적인 가족 관계는 이미 유효 기간을 다한 지 오래다. 사회가 다변화하고 개인주의가 일상화하면서 가족을 이루는 단위의 성격도 예전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졌다. 아빠가 혹은 엄마가 둘인 가족, 아빠 혹은 엄마 혼자 자식을 키우는 집안, 피가 섞이지 않아도 함께 살며 가족을 이루는 예 등, 특별한 관계이지만, 어느 가족이나 특별한 사연을 가진 까닭에 결국 보편으로 수렴되는 게 현대 가족의 개념이다. <어바웃 레이> 또한, 레이의 특별한 사연으로 시작해 가족애라는 보편으로 마무리한다. 그에 맞춰 특별하게만 보였던 레이도 영화의 끝에 이르면 가족을 이루는 평범한 구성원으로 우리 곁에 가깝게 다가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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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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