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나인>(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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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나인>(이하 <9>)이란 CG애니메이션이 화제다. 눈에 띄는 경력이라고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애니메이터로 참여한 것이 유일한 쉐인 애커라는 이 애송이의 작품에 무려 팀 버튼과 티무르 베크맘베토프(<원티드>)가 제작자로 참여했고 대니 엘프먼이 음악을 담당했으며 엘리야 우드, 크리스토퍼 플러머, 존 C. 라일리, 제니퍼 코넬리가 목소리 출연했다.

<9>은 쉐인 애커가 UCLA 재학시절 졸업 작품으로 만든 동명의 단편을 장편으로 ‘뻥튀기’한 애니메이션이다. 유튜브(http://www.youtube.com/watch?v=5IQcMeNh7Hc)를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는 <9>의 단편은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 인간의 영혼을 가진 봉제인형들이 기계괴물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목숨을 잃자 등번호 9를 새긴 봉제인형이 이들을 구한다는 내용. 장편은 여기에 목소리를 넣고 캐릭터 수를 늘린 후 헝겊인형이 지구의 유일한 미래임을 강화함으로써 메시지를 견고히 한 것이 전부다.

<9>의 매력은 출중한 시각적 스타일에 전적으로 의지한다. 지구멸망의 묵시록적인 분위기가 시종일관 유지되는 가운데 폐허 속의 잔해들로 뚝딱인 봉제인형과 기계생명체의 활동사진적인 면모가 눈의 황홀경을 이끌어낸다. 찢어진 헝겊, 금 간 안경, 깨진 전구 등 고철에 불과한 물건들로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창조의 경이로움이 이 애니메이션에는 존재한다. (생명 없는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야말로 애니메이션의 최고 미덕이다.) 2005년 아카데미영화상 단편 애니메이션 후보에 오른 <9>를 보고 팀 버튼 같은 이가 눈이 휘둥그레진 것은, 그래서 너무나 자연스럽다. 단순히 <크리스마스 악몽> <유령신부>가 떠올라서가 아니라 어두컴컴한 세계를 바탕으로 비인간 캐릭터에게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면모를 끌어내는 동화적인 구성이 팀 버튼의 세계관과 무척이나 닮았다는 얘기다.

이는 한편으론 <9>의 매력이 시각적 요소를 제외하면 그렇게 독창성을 찾기 힘들다는 의미와도 통한다. 오히려 단편 버전을 더 선호하는 이들에게 장편은 불만투성이다. 무성영화에 가까웠던 <9>에 목소리를 삽입하자 특유의 신비롭던 분위기가 균형을 잃었고, 짐작을 통해 캐릭터의 입체감을 키웠던 것과 달리 설명이 많아지자 평면적이 되면서 그 재미가 한층 떨어졌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이미 단편을 통해 <9>의 세계관이 완성된 상황에서 장편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구 멸망의 원인을 밝히고 헝겊인형과 기계괴물과의 대립구도를 확장하는 것이었을 테다. 그렇게 액션에 보다 많은 것을 기댐으로써 기존의 매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게 <9>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외부적인 것에 있다. 대학생이 만든 작품이 유튜브를 타고 할리우드에 입성한 사례는 가히 혁명에 가깝다. 예술은 더 이상 특권이 아니다. 극중 과학자가 헝겊에 마법을 불어넣어 영혼을 가진 인형을 발명했듯 아이디어와 의지만 있으면 유튜브와 같은 마법을 통해 메이저에서 정식 데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팀 버튼의 영화를 보고 <9>의 꿈을 키운 쉐인 애커는 컴퓨터 앞에서 4년 반의 시간을 보낸 끝에 11분짜리 <9>를 완성했다.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후 아카데미까지 진출, 팀 버튼의 눈에 띄어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이제 영화의 패러다임은 거대스튜디오와 돈(기술)에서 아이디어와 의지로 옮겨갔다. <9>은 이를 증명하는 명백한 사례다. 돈 없다고 세상을 탓할 필요 없다. 의지만 있으면 만들면 된다. 만들면 길이 열린다. 이야기 고갈의 시대, 이제 영화에서 필요한 건 아이디어다. 제2, 제3의 쉐인 애커가 탄생하는 것은 더 이상 기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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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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