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바이스>(Miami Vice)


도시는 저마다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마이애미는 야자수가 늘어선 금빛 모래사장과 청정한 푸른빛 해변으로 대표되는 도시다. 여기에 비키니 행렬과 구릿빛 피부의 상반신 근육질을 점점이 박아 넣으면 ‘쾌락의 도시’가 완성된다. 마이클 만 감독은 80년대 TV판 <마이애미 바이스>에서 티나 터너의 ‘What’s Love Got to Do With It’을 빌어 쾌락의 낙원 마이애미를 낭만적으로 채색했다.


<마이애미 바이스>가 25년 만에 영화로 돌아왔다. 감독도 그대로고 배경도 물론, 동일하다. 소니(콜린 패럴)와 리코(제이미 폭스)는 여전히 도시에 기생하는 인간쓰레기들을 청소하는데 여념이 없다. 하지만 태양 빛 작렬하는 해변은 온데간데없고 네온사인이 발광하는 어두운 클럽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지상에서 지하로 전락한 마이애미의 쾌락은 격렬한 뉴메탈 사운드에 맞춰 즉흥적으로 몸을 들썩이며 의미 없이 부유할 뿐이다. 이제 마이애미는 순간의 쾌락을 쫓는 타락한 도시로 변모하였다. 린킨 파크의 ‘Numb-Encore’의 가사를 빌자면 “도대체 기다릴 필요가 뭐 있어?(What the hell is you waiting for?)”인 것이다.


마이애미에서 벌어지는 사건도 다를 바 없다. 치밀하게 조직된 경찰의 수사망은 갑작스런 배신에 구멍이 뚫려 실패로 돌아가고 거대한 마약소굴의 이용가치가 없어진 조직원은 그 자리에서 처형될 뿐이다. 소니도 그렇다. 마약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보스의 여자 이사벨라(공리)와 즉석에서 사랑에 빠지지만 즉흥적으로 이뤄진 사랑은 파국을 예고할 뿐이다. 순간의 선택으로 시작해 결과적으로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도시. 마이클 만은 <마이애미 바이스>를 통해 도시와 범죄의 상관관계를 그려내고 싶었던 게다. 


그래서 마이애미의 속성은 뉴메탈의 그것과 닮아있다. 마이클 만 감독은 아드레날린 순간 발생량 최대치를 기록하는, 린킨 파크를 위시한 뉴메탈 음악을 중심에 놓고 영화의 OST를 구성하였다. 그들의 음악은 듣는 순간만큼 세상을 다 얻은 듯 기세가 등등하지만 음악이 끝남과 동시에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다. 남는 게 없다. 린킨 파크가 원래 그렇다. 시작과 동시에 쉼 없이 밀어붙이는 폭발적인 사운드로 청중을 휘어잡지만 그걸로 끝이다. 도대체가 끈덕지게 음미할 구석이 없다. 짧고 가는 현대적인 성질로 큰 인기를 모았지만 그런 즉흥성 때문에 굵고 긴 생명력을 모으는 데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그렇기에 <마이애미 바이스>의 OST를 듣고 나면 린킨 파크의 음악은 찰나의 순간으로 머문다. 더욱 귀에 남는 건 소니와 이사벨라의 위험한 사랑을 테마로 한 모과이, 골드프랍, 에밀리오 에스테반 등 열정적인 라틴 선율. 이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이러니라기보다는 지금의 마이애미가 품고 있는 쾌락의 본질을 그대로 짚어낸 마이클 만의 노림수이자 혜안이기 때문이다.


(2006. 8. 13.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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