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없는 것들>(No Mercy For The Rude)


‘벙어리’ 킬라(신하균)의 소원은 어릴 적 고아원에서 헤어졌던 첫사랑을 만나 멋진 한마디를 전하는 것. 이 때문에 그는 혀 수술을 결심하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세상의 모든 쓰레기들을 청소하여 돈을 모으겠다고 결심한다.

박철희 감독이 연출한 <예의없는 것들>의 설정을 보면 B급 영화 냄새가 다분하다. B급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감독의 색깔이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것. 자신만의 상상력을 총동원하고 여기에 남의 상상력까지 빌려와 자신의 것으로 재가공함으로써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이 장르의 묘미다.

하지만 <예의없는 것들>에는 이 영화 특유의 색깔이 없다. 박철희 감독은 그런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개성 만점의 캐릭터와 어긋난 유머 그리고 기괴한 정서에 재능을 보인 선배 감독들의 영화를 취식만 할 뿐 소화해내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는 B급 영화의 특유의 쾌감을 완성할 수 없다. 시쳇말로 평행선을 그릴 뿐 그런 요소들이 감독이 고안한 이야기에 녹아들어가고 있지 않은 건 그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치밀하지 못한 이야기에 이어지는 반전효과의 노림수는 전체적인 만듦새에 있어서도 의심을 갖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예의없는 것>은 여런 면에서 자신의 색깔이 확립되지 않은 감독의 의욕 앞선 미완성 작품이다.


(2006. 8. 16.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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