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데이즈>(Last Days)>


구스 반 산트가 커트 코베인의 이야기를 연출한다고 했을 때 일반적인 전기 영화를 만들 거라 생각한 이는 없었다. 예상대로 그는 <게리>, <엘리펀트>로 이어지는 ‘재구성 삼부작’의 마지막으로 <라스트 데이즈>를 완성하였다. 그런데 커트 코베인의 죽음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사실 그 진실에 대해서는 누구도 제대로 알고 있는 바가 없다. 감독은 바로 여기에 초점을 맞춘다.


<라스트 데이즈>는 블레이크(마이클 피트)라는 인물을 앞세워 커트 코베인의 마지막 날들을 시간 순으로 구성한다. 하지만 그것은 철저한 사료 고증에 따른 재구성이 아니다. 이번에 발매된 <라스트 데이즈> SE의 ‘The Making of Gus Van Sant’s Last Day’s’을 보면 이 영화가 작업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의견을 참조하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자살과 이에 얽힌 몇 가지 행적을 뼈대로 놓아두고 커트 코베인이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라는 추측 하에 의견을 조율함으로써 파편화된 그의 마지막 날들을 다시금 맞추는 것이다.


구스 반 산트의 이런 구성은 커트 코베인과 그의 그룹 너바나가 보여줬던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하며 꾸밈이 없었던 태도를 적극 반영한 결과다. <라스트 데이즈>가 평범한 전기 영화에 머물지 않고 걸작의 대접을 받는 건 그런 인물의 성격을 구조로 체화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블레이크가 연주하는 모습을 창문 밖에서 롱테이크로 잡아 서서히 뒤로 빼는 장면은 기억할만한 순간으로 꼽을 만하다. 손에 잡힐 듯 지근거리에 있으면서도 붙잡을 수 없는 연민과 슬픔. 이 장면을 관통하고 있는 그와 같은 정서야말로 커트 코베인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느끼는 감정일 테다. 이 장면을 얻기 위해 구스 반 산트와 촬영감독 해리스 사비데스는 무려 7번의 테이크를 돌렸다. 또 하나의 흥미 있는 서플먼트 ‘On the Set of Gus Van Sant’s Last Day’s:The Long Dolly Shot’에서는 그에 얽힌 일화를 빠짐없이 담아냄으로써 명장면이 어떻게 탄생하였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라스트 데이즈> SE는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방대한 양의 서플먼트를 보유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핵심을 찌르는 알찬 구성이 그 가치를 높이고 있다. 그 외에 삭제된 장면이 수록되어 있으며 특히 블레이크 역을 맡은 마이클 피트가 <파고다>라는 밴드를 구성하여 부르는 ‘Happy Song’의 뮤직비디오는 너바나를 추억하기에 딱 좋은 클립이다.


(2006. 8. 19.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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