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영화를 극장에서 보니? – 한국영화 스토리북


이제는 영화를 책으로 본다. 영화가 스크린을 뛰어넘어 언어로 관객과 조우하고 있다. <형사>와 <비열한 거리> 등 이전에도 영화의 시나리오를 소설화하여 책을 출판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처럼 활발하게 이뤄진 경우는 없었다. 현재 서점에서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만 해도 <각설탕> <괴물> <한반도> <왕의 남자>까지 무려 네 종류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답게 책의 구성도 천차만별이다. 임수정 주연의 <각설탕>(예림당)은 개봉 전에 소설로 먼저 나왔다. 인지도를 널리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동물과 인간의 따뜻한 우정을 그린 영화답게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유명 동화작가 이미애가 이정학과 이환경 감독의 시나리오를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게 다시 썼다. 그런 만큼 판형도 일반 소설에 비해 크고 사진도 매 페이지에 삽입되어 있는 등 동화책다운 분위기가 물씬 풍겨난다.

<괴물>(홍익)은 책만 따로 놓고 본다면 일반 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 흔한 감독의 말 하나 없이 300페이지가 이야기 일색이다. 더군다나 봉준호 감독의 시나리오에 더해 소설에서만 구현 가능한 디테일한 부분을 판타지 작가 홍정훈이 상상력을 보탠 결과, 독립적인 콘텐츠로서 소장 가치가 꽤 높은 편이다. 그런 까닭에 영화를 본 후 책을 읽든, 책을 읽은 후 영화를 감상하든 순서가 문제될 것은 없다.

그에 반해 <한반도>(랜덤하우스)는 ‘영상 시나리오 북’이다. 김희재 작가가 집필한 시나리오는 기본이고 팩션에 대한 정의부터 영화화 과정 중에 발생한 에피소드 및 캐스팅에 얽힌 이야기까지 <한반도>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대중성을 최선으로 삼는 강우석 감독의 평소 지론처럼 책 역시 최대한의 대중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시나리오에 대한 챕터를 시작하기에 앞서 전문가들만이 알 수 있는 50여 개에 달하는 시나리오 용어를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사전식으로 편집해 놓은 것이 좋은 예이다.

‘무비 스토리 북’으로 명명된 <왕의 남자>(예담)의 경우, 한국 최고 흥행영화답게 손이 많이 간 흔적이 돋보인다. 날개 형태로 이뤄진 커버에 원색의 색감을 최대한 살린 이미지 컷, 그리고 손 닿으면 스르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듯 부드러운 종이의 질 등이 그렇다. 외관뿐만이 아니다. <씨네21>의 취재기자 김현정이 맡은 글은 시나리오상에서는 무미건조했을 지문들에 산소를 불어넣어 생명력 있게 재탄생하였다. 시나리오에는 있으나 스크린에 미처 구현되지 못했던 비공개 이야기까지 담겨 있어 영화의 감동을 한 뼘 정도 더 늘리기 원하는 독자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이처럼 영화는 영화 한 편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를 소스로 한 다양한 변주상품이 영화의 감동을 다시금 갈무리한다. 이미 열쇠고리, 캐릭터 인형과 같은 팬시상품들이 이 시장을 주도한 바가 있다. 국내영화의 활성화에 맞춰 이 시장에도 변화가 불어오기 시작했다.

영화의 ‘원 소스 멀티 유즈’에 대한 필요성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는 요즘, 그 선두는 책이다!


(2006. 8. 4.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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