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모든 것>(All about Eve)


1950년 헐리웃에서는 영화계와 연극계의 숨겨진 뒷모습을 담은 두 편의 풍자영화 <이브의 모든 것>과 <선셋 대로 Sunset Blvd>가 두 달의 간격을 두고 연이어 개봉을 하여 화제가 되었다. 두 편 모두 잘 짜여진 각본과 뛰어난 연출력 그리고 주연배우의 열연으로 극찬을 얻었으며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영화사를 빛낸 뛰어난 영화 중 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브의 모든 것>과 <선셋 대로>는 소재의 유사성으로 인해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비교가 되는 운명을 타고났는데, 그 이듬해 열린 아카데미는 11개 부문을 후보에 올려 단지 3개의 트로피를 받는데 그친 <선셋 대로>를 외면(?)하고, 14개 부문의 후보에 작품, 감독, 남우조연, 각색, 녹음, 의상 모두 6개의 오스카를 챙긴 <이브의 모든 것>에 손을 들어주었다.


<이브의 모든 것>은 연극계의 스타가 되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젊은 여자 이브(앤 백스터 분)의 추악한 성공담을 담고 있다. 연극계의 이면을 담은 작품이다 보니 관객을 멸시하는 스타의 빗나간 특권의식, 언론권력을 이용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비평가의 행태 그리고 무엇보다 무슨 수를 써서든 스타가 되어 한 몫 잡아 보려하는 스타지상주의자를 통해 연극계(혹은 헐리웃)의 빗나간 모습을 정면에서 비판하고 있다.

각본은 영화의 감독이기도 한 죠셉 L. 맨키비츠(Joseph L. Mankiewicz)가 맡았다. 그는 <이브의 모든 것> 이외에도 <아가씨와 건달들 Guys And Dolls>, <클레오파트라 Cleopatra> 등 많은 작품의 각본을 담당하였다. 또한 <이브의 모든 것>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그 해 <No Way Out>까지 두 편의 시나리오를 각본 부문 후보에 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맨키비츠의 시나리오는 비유와 은유를 통한 시적인 대사가 일품이다. ‘목소리를 내는 몸뚱이가 의견을 낸다는 것이 이해가 안가’, ‘사람은 모두 제 자신을 세상에 알릴 경적을 달고 태어나지’ 등등 <이브의 모든 것>에서도 역시 그러한 맨키비츠의 특기가 유감 없이 발휘된다. 그의 형인 허먼 J. 맨키비츠(Herman J. Mankiwicz)는 <시민 케인 Citizen Kane>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이로 맨키비츠 가문은 훌륭한 각본가 집안으로도 유명하다.

<이브의 모든 것>은 맨키비츠의 각본도 뛰어나지만 배우들의 혼신의 연기가 더욱 돋보이는 영화이다. 배우로써 최고의 위치에 올랐지만 자신의 자리를 빼앗으려 하는 젊은 여배우들의 도전으로 인해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베티 데이비스의 마고 연기는 그 중에서도 백미다.

영화의 운명처럼 베티 데이비스도 <선셋 대로>의 노마 데스몬드를 연기한 글로리아 스완슨(Gloria Swanson)과 비교의 저울대에 오르는 고역을 치렀다. 두 배우의 역사에 남을 만한 연기는 아카데미의 환대를 받았지만 베티 데이비스도 글로리아 스완슨도 오스카의 허리를 움켜쥐는데는 실패하였다. 일각에서는 베티 데이비스의 연기가 더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브의 모든 것>의 또 한 명의 주연 앤 백스터가 함께 주연부문의 후보에 올라 그로 인해 표가 분산되었다는 촌평을 내어놓기도 하였다.

베티 데이비스에게 가려지기는 하였지만 앤 벡스터의 연기도 그에 못지 않다. 영화중반 그의 후원자인 캐런 리처드(셀레스트 홀름 분)에게 사과를 빌미로 접근하여 악마적 본색을 드러내는 연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간담을 서늘케 할 정도이다.



눈에 띄는 배우는 또 있다. <이브의 모든 것>이 개봉당시보다 그 후에 더 눈길을 잡아끌었다면 이는 확실히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의 출연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녀가 맡은 역할은 단지 미모만을 앞세워 연극의 배우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캐스웰. 단 몇 분의 출연시간임에도 그녀의 출중한 외모는 빛을 발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실제 그녀가 영화계에 입문하기 위해 행했던 일련의 전력과 극중 캐스웰의 연기가 겹쳐진다는 사실이다. 그 후 마릴린 먼로가 <나이아가라 Niagara>와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 Gentlemen Prefer Blondes>로 대스타가 되자 <이브의 모든 것>의 제작사는 그녀를 내세운 포스터로 비디오 시장의 마케팅 활동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맨키비츠 감독은 결말부에 또 한 명의 이브를 등장시켜 스타가 되기 위한 병적인 집착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허구의 스타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악순환의 연속이라는 견해를 밝힌다. 사면경 앞에서 스타를 꿈꾸는 이브의 추종자 피비(바바라 베이츠 분)의 거울 속에 맺힌 무수한 상(像)은 제2의 이브, 제3의 이브가 끊임없이 반복 재생될 것이라는 사실을 상징한 명 장면으로 뽑힌다.


사족 하나. <이브의 모든 것>은 당시 <선셋 대로>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현재는 <선셋 대로>에 비해 푸대접을 받고있는 형편이다. 미국의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이를 두고 맨키비츠의 연출력이 <Double Indemnity>, <사브리나 Sabrina>, <뜨거운 것이 좋아>,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The Apartment> 등 무수히 많은 명작을 배출한 빌리 와일더의 그것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2001. 11. 11. <무비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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