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얼 M을 돌려라>(Dial M for Murder)


– 완벽한 살인을 믿어요?
– 물론! 멋진 계획표도 짤 수가 있지. 하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자신 없어요.
– 왜죠?
– 스토리가 진행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없거든요. 내가 저지른 살인이 실수로 끝나면 창피해서 못 살걸요.  

                                                                                    영화 <다이얼 M을 돌려라> 중에서



잘 알려진 바대로 알프레드 히치콕의 <다이얼 M을 돌려라>는 브로드웨이에서 크게 히트한 프레데릭 노트(Frederick Knott)의 연극각본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히치콕은 이미 발표된 소설들을 원작으로 삼아 자신의 취향에 맞게 재구성해 온 것으로 유명한데 이 영화도 그렇다. 특기할만한 점은 단 36일에 걸쳐 촬영을 끝마쳤다는 사실이 말해주듯 그의 공인 받은 걸작들치고는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다이얼 M을 돌려라>가 히치콕의 잘 만든 영화임이 분명한 것은, 연극을 영화로 옮긴 가장 적절한 모범사례라는 평가대로 대부분의 장면을 하나의 세트에서 촬영함으로써 연극의 장점을 살린 동시에 3-D촬영을 도입하여 입체감을 잘 살렸기 때문이다. 즉, 이 영화가 정교하게 짜맞춰진 이야기의 우수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영상으로 치환하는 방식 역시 뛰어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44년 후 발표된 앤드류 데이비스 감독의 <퍼펙트 머더>는 <다이얼 M을 돌려라>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리메이크 영화의 운명이 그렇듯이 원작의 명성에 버금가는 평가를 받기란 몹시 힘들다. 아니 잘 해야 본전, 그렇지 못 할 경우 리메이크라는 사실하나 때문에 그 어느 평보다 독하며 치명적이고 모욕적인 발언을 듣기 십상이다. 더군다나 원작이 히치콕의 영화라면 그 강도의 정도는 불 보듯 뻔한 일. 그렇다보니 리메이크 작품들은 영화자체로 인정받기보다는 항상 비교의 측면에서 평가가 이루어지는 특수성을 타고났다.

모 잡지의 기사에 따르면 앤드류 데이비스의 리메이크 작을 두고 말하길 ‘히치콕이 피하려했던 진부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전한다. 그 ‘진부한 것’이 무엇인지 필자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두루뭉실한 평가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퍼펙트 머더>는 제대로 된 진가를 인정받지 못한 평가절하 된 작품 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무릇 ‘영화’라는 매체에서 감독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부분 중 하나가 촬영, 즉 영상이다. 물론 촬영감독이 존재하긴 하지만 감독의 취향에 따라 기용됐다는 점에서 감독의 입김을 벗어나기란 매우 힘들다. 특히 히치콕은 이야기를 영상으로 가장 잘 표현한 감독중의 한 사람이다. 다시 말해 히치콕이 품고있는 고유의 향내를 다른 이가 되살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거스 반 산트는 악평을 피하기 위해 아예 컷의 수까지 맞추어가며 <사이코 Psycho>의 모든 장면을 거의 원형 그대로 재현하려 했지만 결과는 히치콕의 영화를 리메이크 한 것 중에서 가장 최악의 작품이 되고 말았다.

앤드류 데이비스는 히치콕의 장기이자 <다이얼 M을 돌려라>의 뛰어난 점이었던 연극무대의 재현, 3-D 촬영, 몇몇 인상적인 장면 등은 제쳐두고 프레드릭 노트 원작의 노란자 부분만을 포착하여 시나리오 작가 패트릭 스미스 켈리로 하여금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하게 하였다. 그 결과, 앤드류 데이비스의 영화는 히치콕의 잔상을 지운다면 그런 대로 재미있고 놀라우며 흥미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히치콕의 영화를 리메이크 햇다는 점에 착안, 에밀리(기네스 펠트로우 분)에게 칼에 찔려 숨진 남자가 예상과 달리 데이빗 쇼(비고 모르텐센 분)가 아니라 그의 친구였다는 설정은 원작을 본 이들로 하여금 뛰어난 반전의 효과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뛰어나다. 그에 더해 사건의 핵심인물인 스티븐 테일러(마이클 더글라스 분)와 에밀리, 쇼 세 사람간에 서로에게 밝히기 힘든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상의 전개와 사건의 해결 실마리가 되는 열쇠, 아내를 위협하는 협박편지를 원작과 달리 새롭게 변주했다는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똑똑하게 꼬여가던 이야기가 결말부에 이르러 잔뜩 풀어헤쳐 놓고 주워담지 못하는 유아적인 마무리로 끝을 맺게 된 점은 심히 안타깝다. 이 단점이 영화 전체를 본질 이상으로 잡아먹게 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만 것이다. 결과가 안 좋으면 일이 이렇게 꼬이는 법이다. 게다가 <퍼펙트 머더>가 스릴러의 거장 히치콕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사실을 공표하기 위해 삽입한, 그를 향한 몇몇 오마쥬 씬 – 영화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는 카메라 시점은 히치콕이 관객의 관음을 유발하기 위해 도입부에 즐겨 사용했던 그것이고, 에밀리가 유엔에서 일한다는 설정은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를 떠올리게 하며, 테일러 부부의 저택에서의 계단장면은 <현기증>을, 그리고 스티브가 샤워하는 장면은 <사이코>를 연상케 한다 – 은 이 장면 외에는 볼만한 것이 거의 없다는 비아냥을 살만큼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 되고 말았다.

<퍼펙트 머더>가 앤드류 데이비스의 순수작품이었다면 결과가 어떠했을까? 아마 지금의 평가보다는 훨씬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가 <퍼펙트 머더>에서 히치콕의 그림자를 배제하고 영화를 느낄 수 있단 말인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실패는 <다이얼 M을 돌려라>를 다시 만들었다는 사실을 너무 큰소리로 떠벌렸다는 것이다.


– 완벽한 리메이크 작품을 믿어요?
– 물론! 멋지게 구성할 수도 있지. 하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자신 없어요.
– 왜죠?
– 원작이 얻었던 명성 그대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없거든요. 내가 감독한 리메이크 작품이 실수로 끝나면 창피해서 못 살거에요.


(2001. 11. 22. <무비클래식>)

“<다이얼 M을 돌려라>(Dial M for Murder)”에 대한 3개의 생각

  1. 어. 저는 퍼펙트 머더를 꽤 괜찮게 봤는데, 아마도 [다이얼 M을 돌려라]를 전혀 본 적이 없기 때문인 듯..(자랑이다 이 자식아!!)
    근데 후반으로 갈수록 영화가 좀 심심해지기는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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