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등>(4th Place)

forthlane

<4등>은 제목과 더불어 포스터의 물속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소년의 모습으로 유추컨대, 경쟁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가치에 대해 말하는 영화 같다. 그렇게 틀린 예상은 아니지만, <4등>은 그보다 더 깊게, 무엇보다 날카롭게 접근하는 작품이다.

준호(유재상)는 수영이 좋다. 재능도 뛰어나다. 대회에 출전하면 4등만 하는데 그래도 나쁘지 않다. 엄마는 다르다. 순위권에 들지 못해도 헤죽헤죽 웃는 준호를 보면 열불이 터진다. 이래서는 대학 진학은 물론 사람 구실도 못할 것 같다. 특별한 코치가 필요하다. 수소문 끝에 새로운 수영 코치 광수(박해준)를 만난다. 광수는 대회 1등은 물론 대학까지 골라가게 해주겠다며 호언장담한다. 조건은 하나. 엄마는 연습 동안 수영장 근처에 얼씬도 하면 안 된다.

광수의 말처럼 준호의 실력이, 아니 성적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광수와 만나 처음 출전한 전국대회에서 간발의 차이로 은메달을 목에 건다. 이렇게 좋을 수가, 엄마는 그날 저녁 온갖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준호를 위해 가족파티를 연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중 준호 동생 기호가 분위기를 깨는 한마디를 한다. “형 맞고 하니까 잘한 거야? 전에는 안 맞아서 4등 했던 거야?” 엄마가 준호의 웃옷을 벗겨보니 등에는 시뻘건 멍이 가득하다.

한국 사회의 1등 집착은 유별나다. 메달권에 들지 않으면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것은 당연, 2등과 3등도 1등을 하지 못했다며 시상대 위에서 고개를 떨구는 광경은 익숙하다. 시쳇말로 ‘1등-도핑’에 빠져 초등학교 때부터 무한 경쟁에 몰두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결과가 중요하다 보니 1등을 하기 위해 동원되는 과정은 수단이 어떻든 정당화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국 사회는 유무형의 폭력을 공기처럼 마셔대고 뱉어낸다.

광수가 아무렇지 않게 준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광경도 끔찍하지만, 1등을 위해서라면 이마저도 감수할 수 있다는 엄마의 태도는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무시무시하다. 그런 광경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코치의 폭력을 성적으로 체화한 준호는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동생 기호 위에 군림하려 든다. 폭력이 용인되는 결과지상주의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다가온다.

<4등>은 <해피엔드>(1999), <은교>(2012)로 유명한 정지우 감독이 연출했다. “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 보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인권’을 다루는 작품이되 분위기가 무겁거나 이야기가 어렵지 않다. 메달권, 그중 1등에만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엘리트 중심의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4등>의 압권은 마지막 장면이다. 출발 신호와 함께 경주에 나선 준호는 레인 안에서 경쟁을 벌이기를 그만둔다. 수영장 전체를 가로지르며 자유를 만끽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승자 독식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맘 놓고 즐길 수 있는 자유다.

 

시사저널
(20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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