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서독제] <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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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근, 임재춘, 김경봉은 콜트콜텍 해고노동자이면서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 밴드 ‘콜밴’의 멤버다. 이들은 회사의 부당한 해고에 맞서 ‘천막’을 치고 3,170일, 그러니까, 무려 8년 동안 투쟁 중이다. 지금은 함께 투쟁하던 동료들이 대부분 떠나고 셋만 남은 상황이다. 게다가 집으로 압류 통보가 들어오고 벌금도 수천만 원 대에 이르다 보니 이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한다. 마음을 잡지 못해 연주 연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서로에게 신경질을 내는 최악의 상황. 급기야 재춘은 투쟁이고 밴드고 다 필요 없다며 천막을 박차고 나가버린다. 경봉은 이를 막기 위해 재춘을 달래지만, 인근은 신경 쓰지 않는다.

다큐멘터리로 진행할 법한 소재이지만, 이란희 감독은 <천막>을 극영화로 끌고 간다. 실제 해고노동자인 이인근, 임재춘, 김경봉이 자기 자신을 연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이 지냈던 실제 천막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란희 감독의 말로는 다큐멘터리보다 극영화가 자신에게 맞기 때문에 이런 형식을 취했다고 하는데 비슷한 소재의 다큐멘터리와 비교해 <천막>은 그 결이 사뭇 다르다. 실재인물이 연기한다는 설정은 기타를 ‘만들다’ 투쟁을 위해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주인공들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또한, 콜트콜텍 문제를 극영화로 확장하니,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에너지를 규합해 노래로 투쟁에 나서는 콜밴 멤버들의 현재 상황이 우회적으로 반영된다. 심각할 법한 이야기가 살짝은 어색해 보이는 배우(?)들의 연기로 재미까지 확보되며 <천막>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서울독립영화제 2016
(2016.1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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