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서독제]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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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이 영화의 공간은 ‘수영장 the pool’이다. 아직 물이 채워지지 않은 수영장에서 한 사람이 몸을 풀고 있다. 소녀인 것으로 보이지만, 내부가 어두워 그렇게 추측될 뿐이다. 서서히 수영장에 물이 차기 시작하면 소녀는 슬슬 물장구를 친다. 스크린 멀찍이서 수영을 하다 물이 차는 정도에 맞춰 중앙으로 나오기도, 아예 가로지르기도 한다. 수면 위로 한 줄기 햇살의 조각이 일렁이는 가운데 아이들의 조잘대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수영장>을 만든 고유희 감독은 연출의도를 이렇게 밝힌다. ‘깜깜한 지하에서의 그 시간 동안 빛나거나 덜 빛나거나, 움직이거나 미세하게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는 것들을 따라가 보려 했다.’ 카메라가 따라간다기보다 미묘하게 출렁이는 수면에 몸을 맡긴 것처럼 움직이는 <수영장>은 수영장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운동성에 주목하는 영화다.

영화가 빈 스크린에 이미지와 사운드를 채워 넣어 꿈 혹은 상상을 구현하는 것처럼 <수영장>은 수영장 안에 물을 채우는 가운데 그 안에서 사람이 휘젓고 첨벙이는 소리가 울리는 등 그에 맞춰 여러 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잔잔한 수면 위의 물의 흐름은 그동안 잊고 있던 기억을 불러오고 그 위를 첨벙첨벙 넘나드는 소녀의 헤엄은 잠을 깨우듯 현실을 자각도록 한다. 가장 컴컴했던 어둠이 바닥을 치고 저 멀리 새벽을 알리는 빛의 파편이 수면 위에 반사되어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서울독립영화제 2016
(2016.1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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