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서독제] <바위너구리들>

bawinueguri

영화는 강력한 벼락이 공단을 내려치는 압도적인 광경으로 시작한다. 그 위로 6개의 내레이션이 차례로 깔린다. 남자는 슈퍼 태풍 너구리 때문에 공단 내에 있던 수많은 사람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던 사건을 설명한다. 연신 안아보겠다는 남자와 별자리 얘기를 하며 딴청을 피우는 여자의 대화가 두 번째로 들린다. 곧 이은 박사장과 이과장의 대화는 욕이 오갈 정도로 거칠다. 의사와 환자의 대화도 이어진다. 정신질환을 의심하는 의사에 맞서 환자는 몽유병을 주장한다. 그리고, 세상이 작동하는 추악한 시스템을 폭로하려는 남자의 황당한 주장에 맞서 이를 말리려는 여자, 몰락해가는,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세 사람의 대화까지.

<바위너구리들>의 임유리 감독은 “석유화학 공단으로 변해버린 아버지의 고향을 어린 시절부터 종종 드라이브 가곤 했다. 거대했던 공단의 이미지는 나이가 들수록 변화해간다. 그 안에서 어떤 파편적인 정서, 경험들을 부유하게끔 하고자 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그의 말처럼 영화는 내레이션의 상황별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공단의 이미지와 음악으로 그에 맞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과정은 마치 객관적인 기억이 오래되어 주관적인 인상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따르는 듯하다. 공단을 에워싸듯 말과 이미지와 사운드가 실험적으로 결합한 이 영화가 왜 바위가 많은 곳에 서식하는 ‘바위너구리들’로 제목을 정했는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독립영화제 2016
(2016.1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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