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서독제] <덩어리>

dunguri

영화의 초반, 극 중 화자(이 영화를 연출한 오재형 감독)는 주변 사람들에게 미확인물체, 즉 UFO의 존재를 믿느냐며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 UFO의 존재 여부에 대해 접근해 들어간다. 근데 왜 영화의 제목이 ‘덩어리’일까? 사실 <덩어리>는 UFO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감독의 마음속에 묵직하게 눌러앉아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덩어리’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지, 종국에는 이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여기서 UFO와 덩어리를 잇는 공통분모는 ‘믿음’이다. <덩어리>의 오재형 감독은 UFO가 진짜라고 주장했던 유명한 이들의 사례가 결국에는 거짓으로 판명된 에피소드를 삽입한 후 이런 얘기를 한다. “나도 내 몸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으로 힘든 적이 있었다.” 그래서 UFO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 영화는 중반 이후 감독이 경험했던 정체불명의 마음속 고통을 설명하는 데 할애한다. 흥미롭게도 그 과정을 지켜 보고 있으면 이 영화 자체가 감독에게는 일종의 치유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믿음에 대한 감독 자신의 판단으로 결국 마음의 병을 고치기 때문이다.

어떤 실체의 존재 여부와 상관 없이 믿음이라는 건 타인에게 해를 주지 않는 쪽으로 향하면 오히려 건설적일 수가 있다. 이를 UFO와 불안 장애로 연결해 다큐멘터리로 꾸민 감독의 발상이 재기 넘친다. 여러분은 UFO의 존재를 믿습니까?

 

서울독립영화제 2016
(2016.1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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