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서독제] <돼지 잡는 날>

catchthepig

흔히 돼지를 잡는다고 하면 ‘잔칫날’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가족 관계가 유효했던 예전에는 그랬다. 가족 해체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금에는 어떨까. 시골 농장에 친척 식구들이 모인다. 돼지를 잡기로 한 날인데 분위기가 영 심상찮다. 어머니 묫자리를 두고 형제간에 싸움이 붙는다. 다른 곳으로 이장하고 남은 땅을 팔자는 동생에 맞서 형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다. 이에 성이 난 동생은 대신 형의 아들을 불러 장도리를 손에 쥐여주고는 돼지 머리를 치라고 주문한다. 보다 못한 매형은 이 상황이 맘에 안 드는 듯 장도리를 뺏어 돼지 머리에 화풀이하고는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

양청직 감독의 <돼지 잡는 날>은 몸뚱이가 해체된 돼지처럼 심정적으로 뿔뿔이 흩어진 극 중 가족의 민낯을 내장까지 발려내듯 드러낸다. 반가워야 할 모임에 신경전을 벌이는 가족 간 사이는 바람 소리처럼 스산하다. 형편들이 어려워 자기 잇속을 챙기려 부딪히는 과정은 죽은 돼지에서 흘러나온 피처럼 비릿하다. 그런 가족 사이를 살벌한 돼지 농장 배경으로 우회한 이 영화의 대사는, 그래서 중의적인 데가 있다. “뭐 한다고 그 징그러운 걸 보고 있어. 옷이나 버리지. 지겨워 아주” 친척 어른의 지친 듯한 목소리에 조카가 내놓는 대답이 의미심장하다. “나도 거들어야지” 그랬다가 돼지 내장을 담은 수레를 엎은 조카의 옷은 금세 피로 물든다. 친척 간의 갈등이 자식 세대로까지 이어질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렇게 ‘돼지 잡는 날’의 의미는 과거와는 다르게 부정적인 의미로 변모하였다.

 

서울독립영화제 2016
(2016.1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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