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서독제] <거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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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떠드는 학생들, 교실 풍경은 일상적이다. 이때 심각한 표정의 담임 선생님이 교단에 서자 일순 분위기는 심각해진다. “여기서 누군가를 한 번이라도 괴롭힌 적이 있는 사람 모두 복도로 나가!”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 학생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바쁘다. 그 위로 흘러나오는 어느 학생의 내레이션. ‘00이 오늘 기분이 좋지 않다며 때렸다’, ‘ㅁㅁ가 강제로 내 입안에 뜨거운 물을 붓고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게 했다.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등등 괴롭힘을 당한 사례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복도에는 학생들로 가득 찬다. 선생님이 체벌을 가하려 하자 어느 학생이 묻는다. “근데 선생님은 정말 모르셨어요?”

정시온 감독의 <거미줄>은 한 학생을 괴롭히는 일명 ‘왕따’의 카르텔이 특정 몇 명의 모의가 아니라 선생님을 포함해 교실 전체를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괴롭힘에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방관한 학생도 가해자로 몰리는 상황은 왕따가 광범위하게 벌어지면서도 조직적으로 은폐되는 경위를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절벽까지 몰린 피해 학생이 도움을 호소할 유일한 대상은 선생님일 터. 하지만 ‘소소한 애들 다툼’으로 일관하는 선생님의 반응은 괴롭힘의 카르텔이 ‘거미줄’처럼 촘촘해질 수밖에 배경의 정점으로 작용한다. 엔딩 크레딧의 말미에 나오는 내레이션이 의미심장하다. “XX가 내가 자기를 무시했다며 핸드폰을 뺏어 창밖으로 던져 버렸다.” 마지막 소통 줄마저 끊긴 피해 학생의 심정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서울독립영화제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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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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