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쟝센] <사슴꽃>

flowerofdeer

예쁜 제목과 다르게 <사슴꽃>은 꽤 살벌한 내용을 다룬다. 부모가 아들을 데리고 사슴농장을 간다. 아들에게 사슴을 구경시키려는 목적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몸이 더욱 튼튼해지라고 사슴뿔에서 나온 피를 먹일 생각이다. 아들은 부모가 시키는 대로 사슴 피를 벌컥벌컥 들이켜지만, 아뿔싸! 부모의 바람과는 다르게 먹자마자 배설을 해버리고 만다. 몸에서 부작용을 일으킨 것이다. 그것이 아들에게는 공포로 다가온다.

일련의 과정이 아들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사슴꽃>은 아이의 감성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진행된다. 종이로 만들어진 인물 캐릭터와 사슴, 그리고 알록달록한 배경은 확실히 아동용 볼거리에 맞닿아 있다. 그러니 이와 어울리지 않게 사슴뿔을 자르는 장면이 등장하고 절단된 면에서 피가 줄줄 쏟아지는 광경의 불협화음이 빚은 분위기는 기괴함에 맞닿아 있다.

극 중 아들이 느끼는 감정이 이와 같다. 영문도 모른 채 사슴이 몸의 일부를 절단당하는 광경을 지켜봐야 하는 심정이며 뿔이 잘린 채 엎어져 있는 사슴의 순한 눈을 보며 피를 마셔야 하는 심정은 편치 않을 터다. 아니나 달라,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정체를 알 길 없는 아들은 내면 세계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사슴의 잘려나간 뿔에서 피어나는 붉은 꽃, 보기에 좋아 한 손에 꺾어 버리니, 아들은 점점 더 미궁에 빠져든다.

악몽 같은 하루를 경험한 아들이 다시금 마주하게 될 사슴은 어떻게 다가올까. 적어도 동물을 향한 호기심 어린 시선은 더는 유지하기 힘들 테다. 그렇게 폭력은 순환하여 결국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사슴의 뿔에서 나온 피를 먹고 아들이 쏟아낸 배설물에 몰려든 모기는 곧 이어 아들의 팔에 들러붙어 침을 꽂아 넣는다. 부모의 잘못된 지극정성으로 받게 될 아들의 충격은 약으로도 결코 고칠 수 없는 법이다. 그렇게 동심이 파괴되고 있다.

 

15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2016.6.2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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