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쟝센] <구원의 날>

dayofsave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사람들이 기침하며 죽어가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감기 증세를 보이지 않는 이들은 자경단을 결성해 이상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을 무차별로 살해한다. 이유는? 깨끗한 이들이 의기투합해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다시 살리려는 의도다.

이 와중에 한 목사는 폐허가 된 교회에서 구원을 갈구하며 인간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그때 어린 소녀가 교회를 찾아오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목사를 쳐다본다. 기침하는 것을 보니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지만, 목사는 아이에게 잠자리와 먹을 것을 제공한다. 그리고 소녀를 쫓는 자경단이 교회로 몰려오면서 목사는 폭력을 쓰지 않고 둘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구원의 날>은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아포칼립스’, 즉 재난물에 속하지만, 스펙터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재앙의 날의 도래와 함께 공권력이 붕괴하고 폭력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과연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용서와 구원의 문제로 풀어간다. 그래서 목사는 ‘짐이 곧 국가’라는 비뚤어진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이들 앞에서 목사와 인간의 정체성을 두고 극심한 혼란을 겪는다.

목사의 관점에서 이 자경단을 회개시키기 위해 비폭력을 고수해야 하지만, 소녀를 볼모 잡는 이들의 야만성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다. 폭력을 행사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는 곧 소녀를 구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와 직결한다. 그와 같은 딜레마의 상황은 약자를 향한 폭력이 일상화되고 일베와 같은 무리가 판을 치는 작금의 ‘헬조선’의 상황과 겹치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의 선택은? 자경단을 힘으로 제압해 아이를 구한 목사가 십자가 아래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그 옆에는 소녀가 신처럼 목사를 굽어보고 있다. 이를 폭력의 정당화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구원의 날>은 이 장르의 영화가 선악을 구분해 어느 한쪽에 손을 들어주는 것과 다르게 인간다움이란 용서를 구하기 위해 갈등하는 모습에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15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2016.6.2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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