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쟝센] <귀신고래>

ghostwhale

고래가 귀신이다? 고래가 죽었다는 의미다. 그 고래를 죽인 건 누구일까? 진구는 밤마다 귀신고래가 찾아오는 악몽에 시달린다. 아니, 진구는 귀신을 본다. 이승을 떠도는 귀신은 자신을 보는 이에게 찾아와 억울한 사연을 알린다. 인간의 말을 할 줄 모르는 고래는 눈물을 흘린다. 이를 본 진구는 고래의 슬픈 사연을 감지한다. 하지만 어린 진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보니 아는 무당을 찾아가 눈물을 흘릴 뿐이다.

한때 고래는 갈구하는 자유의 상징이었다. <고래사냥>(1984)의 주인공들은 시대의 억압을 피해 고래를 잡겠다며 따뜻한 남쪽 나라로 향한다. 고래가 품었던 자유와 낭만의 정서는 30년이 지난 지금 공포로 화하였다. 고래를 잡아 잇속을 챙기는 인간의 야망성에 대한 공포. 최양현 감독의 <귀신고래>는 급격히 변화한 시대가 만들어낸 비(非)인간성의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어촌을 배경으로 하던 영화가 도시로 이동하는 까닭일 터. 진구는 돈을 많이 벌어온 아버지를 따라 새집으로 이사 온다. 자기 방까지 따로 얻었지만, 진구는 마음이 편치 않다. 단순히 귀신고래를 보기 때문이 아니다. 일확천금에 눈이 먼 사회는 급속도로 잔인해져 가고 약자들은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죽어 나갈 수밖에 없다. 진구의 시선으로 이 사태를 바라보는 이 영화가 고래의 눈, 특히 눈물 흘리는 장면을 클로즈업하여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고래는 어쩌면 전설 같은 존재다.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면 웬만해서는 고래의 모습을 보기란 요원하다. <귀신고래>에서 CG로 태어난 고래는 물속 대신 진구가 새로 이사한 집 지붕에서, 진구의 방 창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라도 고래를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가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한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

 

15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2016.6.2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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