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쟝센] <웨잇데어>

waitthere

한국 사회에는 지금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있다. 거리에서, 지하철역에서, 물속에서 장소 불문하고 매일 같이 죄 없는 목숨이 사라지고 있다. 더 마음이 아픈 건 그 죽음 중 상당수가 꽃 같은 청춘이라는 데 있다.

강혁은 학교 내에서 ‘저주받은 새끼’로 통한다. 귀신을 본다는 이유에서다. 나래는 그런 강혁에게 관심을 보인다.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며 옥상에서 투신하려던 강혁을 나래는 구해주기까지 한다. 사실 나래가 강혁에게 접근한 건 의도가 있어서다. 나래의 언니 나연은 학교에서 왕따로 고생하다 생을 마감했다. 강혁의 도움을 받으면 언니를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것이다. 이를 볼썽사나워 한 일진들이 강혁과 나래에게 접근해 폭력을 행사한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공포물이라는 점에서 <웨잇데어>는 <여고괴담>(1998)의 계보에 놓인다. 다만 <여고괴담>이 입시경쟁이라는 여고생의 스트레스를 공포로 풀어냈다면 <웨잇데어>는 왕따가 핵심에 놓인다. 왕따로 학생들이 고통받는 상황에서도 어른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이는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 명령만 하고 각자 살아남기 바쁜 기성세대의 책임자를 연상시킨다.

극 중 선생이 부재한 그 자리는 학교에서 목숨을 잃은 귀신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 귀신은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예방하는 대신 다른 학생들을 희생양 삼아 죽음의 동반자로 삼는다. 제목처럼 ‘웨잇데어 wait there’ 저승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를 막아야 하는 건 어른의 몫이지만, 책임을 회피하면서 청춘들의 죽음이 재처럼 쌓이고 있다. 그러니까, <wait there>는 ‘포스트-세월호 영화’라 할 만하다.

 

15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2016.6.2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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