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국영화 기대작

fingersmith

<부산행> 열차에 <동주>와 함께 몸을 싣고 <터널> 속 <가려진 시간>을 지나던 중 <아가씨>를 만나 <7년의 밤>을 보내다 <곡성>에 도착, <행복이 가득한 집>을 이룬다. 이 무슨 해 귀 망측한 소리냐고? 2016년 기대되는 한국영화의 일부 목록을 연결해 만들어본 문장이다.

배경과 장르와 소재가 천차만별이지만, 한 문장으로 연결되듯 2016년 한국영화 기대작을 일별하면 트렌드가 감지된다. 여전한 스릴러물의 강세와 시대극의 유행. 특히 원작소설이 있는 스릴러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 눈에 띄는 것이 2016년 한국영화의 특징이다. 언급한 작품에 더해 <살인자의 기억법>과 <밀정>까지, 2016년의 한국영화 기대작 10편을 모았다.

동주 | 감독 이준익 | 출연 강하늘, 박정민, 김인우 | 장르 드라마
시인 윤동주의 일대기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사도>(2015)로 전국 6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이준익 감독이 저예산 흑백영화로 만들었다. <서시>나 <별 헤는 밤> 등 윤동주의 시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많으나 윤동주 개인에 대해서는 깊이 들여다본 작품이 많지 않다는 점에 착안했다. 스물일곱 살에 죽음을 맞이한 윤동주를 우상화하지 않고 그의 시 속에 담긴 삶의 궤적을 찾아 윤동주를, 그를 둘러싼 당시 일제강점기하의 대한민국의 근대사와 현대사를 밀도 있게 바라보겠다는 것이 이준익 감독의 포부다.

부산행 | 감독 연상호 | 출연 공유, 마동석, 정유미 | 장르 재난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 등 잔혹 애니메이션으로 악명(?)이 높다. <부산행>은 그의 세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 아니고 연상호 감독의 첫 번째 실사 연출작이다. 신경질적인 선이 돋보이는 만화는 차치하고 뛰어난 스토리텔러로서의 능력이 실사영화를 가능케 했다. 이상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뒤덮은 상황에서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KTX에 탑승한 승객들이 살아남으려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하반기에는 <부산행>과 연작을 이루는 <서울역>이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할 예정이다.

살인자의 기억법 | 감독 원신연 | 출연 설경구, 김남길, 설현 | 장르 스릴러
소설가 김영하의 동명 원작을 <용의자>(2013) <세븐 데이즈>(2007) <구타 유발자들>(2006)의 원신연 감독이 연출했다.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알츠하이머에 걸려 점점 사라져 가는 기억과 싸우는 한편으로 하나뿐인 딸을 지키기 위해 일생일대의 살인을 계획한다는 줄기 내용은 소설과 영화 모두 변함이 없다. 김영하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성공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적대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자체분석했다. 그래서 영화화되는 <살인자의 기억법>은 시나리오 단계에서 이 부분에 대해 공을 많이 들였다는 후문이다.

아가씨 | 감독 박찬욱 | 출연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 장르 스릴러
박찬욱과 사라 워터스가 만났다. 이른바 동서양의 만남.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 스미스>를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로 연출했다.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어느 젊은 상속녀의 재산을 노린 고아 여인이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느끼는 <핑거 스미스>가 <아가씨>에서는 일제 강점기로 배경을 옮겨 한국적으로 변용된다. 그동안 박찬욱 감독은 상업영화에서는 금기시되던 소재를 영리하게 대중화하여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아가씨> 또한 그렇다. 동성애가 전면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귀족 아가씨와 하녀 간의 계급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곡성 | 감독 나홍진 | 출연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 | 장르 미스터리
<곡성>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이미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증명하듯 할리우드의 메이저사(社) 이십세기 폭스가 제작에 참여해 더욱 관심을 끈다. 시골 마을의 기이한 소문과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라는 정보 정도만 알려졌지만, 편집본을 봤다는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2016년의 최고작을 예고했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믿거나 말거나, <황해>(2010) <추격자>(2007)에서 보여준 나홍진 감독의 선이 굵은 연출력을 고려하면 헛소문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에 더해 최근 들어 휴머니즘에 특화한 연기를 선보였던 황정민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도 관전 포인트다

행복이 가득한 집 | 감독 이경미 | 출연 손예진, 김주혁 | 장르 스릴러
이경미 감독은 장편 데뷔작 <미쓰 홍당무>(2008)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안면홍조증에 걸린 주인공에 대해 평단에서는 ‘전대미문의 캐릭터’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로부터 8년, 이경미 감독은 전작의 코믹했던 드라마와 다르게 정치인 부부가 선거기간 동안 끔찍한 사건에 연루되는 정치 스릴러를 차기작으로 정했다.  <아내가 결혼했다>(2008)에서 호흡을 맞췄던 손예진과 김주혁이 부부로 등장하는 것도 흥미롭다. 이들 배우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의 어두운 면모에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7년의 밤 | 감독 추창민 | 출연 류승룡, 장동건 | 장르 스릴러
정유정의 <7년의 밤>은 영화화 판권 경쟁이 치열했다. 한국 소설이 부진한 가운데 독보적인 판매량을 보인 까닭에 영화화는 시간문제이었다. 여러 감독과 배우가 언급됐는데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의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류승룡, 장동건이 출연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소녀를 살해하고 죄책감에 미쳐가는 남자와 딸을 죽인 범인의 아들에게 복수를 꾸미는 남자의 사연에 독자들은 한 번 펼친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소설처럼 영화도 뫼비우스의 띠로 전개되는 두 남자의 추격전을 긴박감 넘치게 재현한다면, 천만 관객은 떼놓은 당상이다.

터널 | 감독 김성훈 | 출연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 | 장르 드라마
‘터널’이 배경이었던 한국영화들은 소리 소문도 없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망했다는 얘기다. 공포영화 <터널 3D>가, 터널 안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액션물 <튜브>(2003)가 그랬다. 이 소재에 도전한 이가 있다. 김성훈 감독이다.  그는 <끝까지 간다>(2013)로 한국 스릴러의 새 지평을 열었다. <터널>은 터널에 갇히게 된 한 남자와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휴머니즘 드라마다. 무너진 좁은 공간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뺑소니 사건 하나로 2시간의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었던 장본인이 김성훈 감독이었음을 잊지 말자.

밀정 | 감독 김지운 | 출연 송강호, 공유 | 장르 액션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는 믿을 만한 콤비다. <조용한 가족>(1998)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까지, 만나면 늘 흥행에 성공했다. 8년 만에 이들이 뭉쳤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밀정>에서다. 독립운동단체 의열단과 그를 둘러싼 투사들의 배신과 음모가 중심인 영화다. 송강호는 조선인 일본 경부 이정출로 출연, 매국노인지, 일본 경찰에 잠입한 독립군 스파이인지 아리송한 태도로 관객과 일종의 게임을 벌일 예정이다. 할리우드의 워너브러더스가 시나리오를 보고 100억 원의 제작비 전액을 투자해 화제가 됐다.

가려진 시간 | 감독 엄태화 | 출연 강동원, 신은수, 이효제 | 장르 판타지
2016년 한국영화 개봉작 중 새로운 얼굴이 될 만한 감독은 단연 엄태화다. 단편 <숲>(2012)으로 미쟝센단편영화제 대상을 차지한 후 잉여 폐인들의 ‘현피’를 색다른 시선으로 접근한 독립 장편 영화 <잉투기>(2013)로 주목받았다. 그 여세를 몰아 흥행보증수표 강동원을 캐스팅해 상업영화 <가려진 시간>의 메가폰을 잡았다. 이야기도 신선하다. 소녀는 친구들과 산에 올라갔다가 혼자 구조된다. 며칠 후 행방불명된 친구 중 성인이 되어 나타난 소년과 만나 사랑을 나눈다. 이를 판타지로 풀어낼 <가려진 시간>은 새로운 영화의 발견이라는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시사저널
(201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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