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misff] <사월>(Saw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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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은 세월호가 침몰한 날이다. 그날 이후로 세월호는 1년 넘게 바닷속에 침몰한 상태고 왜 선체가 기울어 가라앉았는지 진실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오은 감독의 <사월>은 T.S. 엘리엇의 <황무지> 중 ‘4월은 가장 잔인한 달’로 시작하는 한 대목을 자막으로 인용하며 세월호 사건을 다시금 바라본다. 

내레이션으로 들리는 목소리는 뜻밖에도 외국인이다. 내레이션은 우선 세월호 침몰 102년 전 거의 비슷한 날짜(1912년 4월 15일)에 비극적 사고를 당한 타이타닉을 언급한다. 그때 화면은 컴퓨터 상에 타이타닉의 3D 설계도를 비춘다. 그처럼 <사월>은 영화 전체가 3D 이미지처럼 구성됐다.  
<사월>의 극 중 배경은 일반적인 가정집의 구조를 띠지만, 이를 비추는 방식은 물에 잠겨 있는 세월호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듯하다. 어두컴컴한 분위기인 데다가 카메라가 물속에 떠다니는 듯 유영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여기에 입체감을 부여하는 것은 물소리다. 화장실의 세면대와 욕조와 부엌의 싱크대 수도꼭지에서 들리는 물소리는 세월호와 결합하면 공포의 감각으로 현현한다. 
내레이션은 또한, 많은 언론이 에어포켓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던 세월호 침몰 초기 당시를 상기시킨다. 물론 에어포켓은 없었다. 세월호 침몰 후 생존자는 아무도 없었다. <사월>은 세월호에 관한 얘기지만, 이 사고를 접한 이후의 우리 삶에 대한 영화다. 극 중 배경으로 가정집 이미지를 택한 건 세월호 이후 처한 한국인의 상황을 바라보기 위해서다. 그리고 외국인 내레이션을 앞세운 건 객관적인 거리감을 확보하기 위함일 터다. 
2014년 4월 16일 그 시간에 세월호에 탑승하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는 안전한가? 지금 우리가 이미 침몰한 한국이라는 에어포켓 안에서 언제 다가올지 모를 죽음을 운 좋게 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월>은 세월호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한국인의 심리를 컴퓨터로 설계하듯 예리하게 작성한다. 

14회 미장센 단편영화제
(2015.6.2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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