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misff] <굿나잇 미스터 리>(Goodnight Mr. Lee)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혜연 감독의 <굿나잇 미스터 리>는 내용보다 이를 전달하는 형식의 재치가 돋보이는 영화다. 이중섭이라 불리는 남자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동시에 무성영화 기법도 차용한다. 주인공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는 걸 형식으로 암시하는 것이다. 
‘문 형’, ‘산송장’, ‘꿈’, ‘도둑’, ‘놈들’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굿나잇 미스터 리>는 ‘AD’라는 병에 걸린 이중섭의 사연을 따라간다. 군대에서 선임으로 있었던 문 형을 먼저 떠나 보낸 이중섭은 그와 똑같은 병을 겪으면서 이상한 사건에 휘말린다. 정체 모를 사람들이 자신을 감시하는 것은 물론 어떤 이는 자신을 위협하려 든다. 문 형은 죽어가면서 진실을 말하려다 실패하는데 이중섭은 혹시 그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한다. 
AD라는 병명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중섭은 왜 쫓기는 것이고 문 형은 어떻게 죽은 것일까? 이에 대한 힌트처럼 영화는 이중섭이 두 차례 전쟁에 참여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문 형이 입원한 병원의 구도를 마치 감금당한 듯한 통제의 이미지로 포착한다. 그걸 엮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전쟁에 참여했다가 트라우마를 얻은 전직 군인이 제대 후 사회에서 느끼는 강박증을 표현한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맥거핀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영화가 마지막에 밝히는 진상과는 별 상관이 없다. 오히려 <굿나잇 미스터 리>의 단서는 앞서 언급한 형식 외에 장면과 장면 사이 뚝뚝 끊기는 잦은 편집과 이중섭의 꿈에서 별안간 틈입하는 컬러 화면 등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AD의 정체가 폭로되는 순간, 관객은 그간 예상했던 이야기가 역전되는 반전에 놀람과 동시에 흔한 이야기도 새롭게 만드는 형식미에 당황할 것이다. 

14회 미장센 단편영화제
(2015.6.25~7.1)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