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misff] <검은 새>(Black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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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 은미, 혜미 세 자매가 비석 앞에서 절을 하고 있다. 둘째 은미가 비석의 정체가 무어냐고 물으니 첫째 유미는 나도 잘 모르겠다고 답한다. 그런 후 열심히 절이라 하라며 사라지자 은미는 셋째 혜미에게 속삭이듯 이상한 얘기를 전한다. 유미가 임신을 했는데 뱃속에 사람이 아닌 새가 있다는 것. 혜미는 이 무슨 정신 나간 소리냐며 은미에게 따져 묻는다. 바로 그때, 주사위를 든 남자가 나타나 여섯 개의 숫자 중 하나를 고르면 유미 뱃속의 새의 정체를 알려주겠다고 말한다.
이게 무슨 얘기냐고? 국우종 감독의 <검은 새>는 사실 선형적인 이야기 구조가 중요한 작품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이야기에 이어 영화는 은미와 혜미의 무의식으로 들어간다. 무의식은 논리가 통하는 세계가 아니다. 그에 맞춰 영화는 세 자매 사이의 불편한 사연을 언급하는 가운데 실험적인 이미지와 사운드로 관객까지 거북하게 만든다. 속삭이듯 들리는 세 자매의 목소리 위로 별안간 귀를 찢는 전기 마찰음이 들리는가 하면 초근접 촬영으로 사람의 눈을 오랫동안 비추는 식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검은 새>는 35분 상영 시간을 온전히 버티면서 본다는 게 굉장히 힘든 영화다. <검은 새> 이전에도 국우종 감독은 <한국관광>(2014)을 통해 무의식에 잔존하는 악몽과 같은 기억을 기괴한 이미지와 귀를 거슬리는 사운드로 전달한 적이 있다. 그러니까, <검은 새>는 그의 연장 선상에 있는 작품이라 할 만하다. <한국관광>의 두 여자는 세 여자로 늘어났고, 임신에 대한 테마는 검은 새의 분만으로 더욱 유별나졌으며, 흑백과 컬러의 혼재는 완전한 흑백의 세계로 참전했다. 전작과의 연관성은 차치하고, <검은 새>는 그 자체만으로 의심할 바 없는 올해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문제작이다.  

14회 미장센 단편영화제
(2015.6.2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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