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한국영화 기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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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국영화의 라인업은 화려하다. 거장 박찬욱과 흥행불패의 최동훈, 메이저 장편 데뷔작 <늑대소년>(2012)으로 7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조성희 등 기대를 한껏 모으는 감독들이 신작 촬영에 들어간다. 장르도 다양해서 국내 영화계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SF도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역시 사극이 강세를 보일 것이 확실시된다.

다양한 장르, 가짓수 많은 소재

최고 기대작을 꼽으라면, 단연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다. <박쥐>(2009) 이후 무려 5년 만의 국내 복귀다. 영국의 소설가 사라 워터스가 쓴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아가씨>를 만든다. 남자 주인공으로 하정우를 확정했으며 수위 높은 노출 연기가 가능한 여배우를 물색 중이다.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2004)부터 <도둑들>(2012)까지, 만들면 대박을 치는 최동훈 감독에게 쏠린 기대도 만만찮다. 1930년대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한 <암살>이다. 친일파 암살을 위해 모인 이들의 치밀한 작전을 그린 작품으로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이경영, 조진웅, 오달수 등 호화 멀티캐스트가 돋보인다.

<아가씨>와 <암살>에 모두 출연하는 하정우는 <롤러코스터>(2013)에 이어 두 번째 연출작을 선보인다. 무려 중국의 국민소설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영화화한 <허삼관>이다. 직접 허삼관으로 출연해 극 중 부인으로 등장하는 하지원과 호흡을 맞춘다. <늑대소년>에 이은 조성희 감독의 두 번째 상업영화는 <명탐정 홍길동>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소설 속 홍길동을 현대로 불러 사립탐정으로 탈바꿈시켰다. 드라마 <미생>으로 지금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도 있다. 이병헌과 조승우가 캐스팅된 <내부자들>로 대한민국 사회의 부패와 비리를 날카롭게 해부한다.  

그 외에도, 류승완은 광역수사대의 활약을 그린 <베테랑>을, 나홍진은 시골 마을의 기이한 소문으로 야기된 사건을 묘사한 <곡성>을 선보인다. 워낙 ‘쎈’ 이야기를 펼치는 감독들이라 이번에도 역시 관객을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와 다르게, 한동안 대형 전쟁물에 몰두했던 강제규 감독은 따뜻한 가족애를 다룬 소박한 영화 <장수마트>로 돌아온다. 이 영화와 마찬가지로 김현석 감독의 <쎄시봉>도 가족 관객을 겨냥한다. ‘쎄시봉’ 다방으로 대표되는 추억의 통기타 음악을 배경 삼아 아련했던 첫사랑의 기억을 스크린에 되살린다. <엽기적인 그녀>로 유명한 곽재용 감독의 신작은 <시간 이탈자>다. 사랑을 주제 삼았지만, 장르는 SF로 가져가 색다른 재미를 제공할 예정이다.

그래도 대세는 사극

소개한 것처럼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작품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관객들이 한국영화를 주목하고 사랑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다만 한국영화가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를 주도한 대기업 계열의 제작사 들은 새로움이라는 질적 시도보다는 ‘천만 영화’와 같은 양적 가치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런 까닭에 시장에서 흥행이 검증된 소재와 장르를 재생산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 한국영화 산업의 현재다. 2014년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작품은 1,760만의 <명량>이었고 격전지인 여름 극장가에 대형 제작사들이 주력으로 내세웠던 장르는 <군도: 민란의 시대>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사극’이었다.

그런 흐름은 2015년에도 이어진다. 여느 해처럼 1백 편이 넘는 작품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사극이다. 사극 연출의 스페셜리스트라 할 만한 이준익 감독의 <사도>는 영조에 의해 뒤주에서 죽음을 맞은 사도세자를 재조명한다. 송강호가 영조를, 유아인이 사도세자를, 그리고 문근영이 혜경궁 홍씨 역을 맡았다. 박흥식 감독의 <협녀: 칼의 기억>도 그에 못지않은 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대부분의 사극이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것과 다르게 민란이 끊이지 않는 고려 무신 시대에 주목한다.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 ’2PM’의 준호 등이 무사로 출연해 화려한 칼솜씨를 뽐낸다는 설정에 눈길이 간다.

사극이 대세로 자리 잡은 만큼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지금 한국영화계에서 잘 나간다 싶은 감독과 배우는 모두 이 장르에 집결한 모양새다. 차기 왕권을 둘러싼 모략을 다룬 안상훈(<블라인드>) 감독 연출의 <순수의 시대>에는 배우 신하균과 장혁이, 임금의 판단을 흐리는 간신배들이 등장하는 민규동(<내 아내의 모든 것>)의 <간신>에는 주지훈과 김강우가 출연한다. <명량>의 흥행을 이끈 두 주역 최민식과 류승룡은 각각 조선 시대 호랑이 사냥꾼과 실존했던 판소리 대가 신재효를 주인공으로 한 박훈정(<신세계>)의 <대호>와 이종필(<전국노래자랑>)의 <도리화가>에 출연한다.

주목! 한국 독립영화

이렇게 사극이 강세인 이유는 한국인들에게 친숙하고 소재 발굴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이유로 사극에 제작이 집중되다 보면 위험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명량> <군도> <해적> 등 대형 사극이 집중됐던 2014년 여름 극장가의 경우, 다행히 세 편의 작품이 모두 수익 분기점을 넘기며 서로 ‘윈윈’했다. 하지만 다른 장르에 비해 제작비의 규모가 커서 흥행 실패는 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가 있다. 2014년보다 더 많은 사극이 시장에 나오게 될 2015년은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사극과 같은 블록버스터급 작품 외에 산업의 허리를 받쳐줄 중소 규모의 다양성 영화가 필요한 건 그래서다. 안 그래도, 2014년의 사극 열풍 속에서 ‘아트버스터’의 부상은 의미심장했다. 비슷한 장르의 식단에 입맛을 잃은 관객들은 멀티플렉스가 아닌 예술극장에 부러 발품을 팔아가면서까지 <그녀> <프란시스 하> <비긴 어게인> 등과 같은 할리우드의 색다른 독립영화를 찾아 새로움을 맛보았다. 한국 관객의 영화적 취향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지만 흥행한 아트버스터가 오로지 할리우드 작품 일색이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2014년 한국 독립영화는 <한공주>를 제외하면 흥행적으로 성과라고 할 작품을 찾기 힘들 만큼 보릿고개의 시기를 보냈다. 작품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상영할 만한 스크린을 확보하기 힘들어서였다. 국내에서 아트버스터로 소개된 영화 대다수는 미국에서라면 메이저 시장에서 소화된다. 소위 잘 나가는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가 출연하는 아트버스터를 상대하기에 한국의 독립영화는 애초 체급이 맞지 않았던 셈이다. 산업은 그런 독립영화를 보호하고 육성할 의무가 있지만, 다양성 영화마저도 산업의 잣대로 판단하는 우리 영화 시장의 현실을 고려하면 2015년의 독립영화의 전망은 그리 밝게만 보이지 않다.

그럼에도 2015년을 맞이하는 한국 독립영화의 각오는 남다르다. 메이저 영화와 비교해 작품성에서 뒤질 것이 없고 오히려 새로운 시도라 할 만한 작품이 즐비하다. 2014년 부산영화제에서 나란히 한국영화 감독 조합상을 받은 장건재 감독의 <한여름의 판타지아>와 홍석재 감독의 <소셜포비아>는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수작으로 꼽힌다.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의 가와세 나오미 감독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영화와 사랑과 삶에 대해 말한다. 한 여인의 자살을 인터넷 문화와 연결한 홍석재 감독의 <소셜포비아>는 부산영화제에서의 첫 공개 이후 워낙 재밌다고 소문이 나 벌써 제2의 <족구왕>으로 평가받는다.  

TV 시사 언론 보도의 공정성이 급격히 영향력을 상실하면서 그 기능을 이어받은 것이 또한 독립영화 진영의 다큐멘터리다. 가장 눈길이 가는 작품은 용산참사의 진실을 추적한 <두 개의 문>의 속편이다. 1편의 스태프 진들이 현재 활발히 제작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김명준 감독의 <그라운드의 이방인>은 재일교포 야구팀의 발자취를 한국야구의 역사와 함께 소개하며 재미와 시사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예정이다. 최근의 다큐멘터리는 시사 고발과 같은 역할을 하는 한편으로 재미를 놓치지 않는 것이 추세다. 국내 최초의 동성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됐던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의 결혼 다큐멘터리 <마이 페어 웨딩>이 이에 해당한다. 메이저 영화와의 배급 싸움이 만만치 않겠지만, 이들 작품이 2015년 한국영화의 다양성의 외연을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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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스페셜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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