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영화의 미래 예측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해 영화의 10년 후인 2024년을 예측하면서 ARENA에 썼던 글입니다. 근데 꼭 10년 후가 아니라 2015년 올해라도 적용할 만한 게 있어 보이더라고요. 가령, 2,000만 관객 동원 영화 곧 등장할 것 같지 않나요? 연초 토정비결 보는 셈 치고 올려봤습니다. 재미로 봐주세요.

등장할 것

단편 흥행
뭐든 짧아야 유행하는 시대다. 앞으로는 더 그럴 것인데 곧 단편영화 흥행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장편영화처럼 극장 개봉이 이뤄지지 않겠지만 20분 내의 단편은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시대에 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재기발랄한 단편영화는 곧 신인감독의 등용문이자, 개봉 루트를 잡지 못해 고전하는 독립/예술영화들의 안정적인 플랫폼으로, 또한 다운로드 횟수에 따라 창작자에게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방식으로 기능할 것이다.

하이쿠 비평
비평이 죽었다지만 여전히 많은 평론가들이 활동 중에 있다. 영화잡지의 장문 비평 지면은 쇠락했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140자 평론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것도 길다며 더 짧은 비평의 시대가 도래하니, 바로 하이쿠 비평이다. 단 한 줄 문장에 재치와 해학와 통찰력까지 담긴 하이쿠 비평이 네티즌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하이쿠 비평가들은 시인의 지위까지도 얻게 될 전망이다.

2천만 관객 영화
한국영화 산업에서 1천만 명은 꿈의 스코어였다. 불과 10년 전의 일이었다. 벌써 천만 영화가 9편이나 나왔다. 천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 기세면 2천만 관객 영화도 꿈이 아니다. 이는 단순히 산업의 파이가 늘어서만은 아니다. 현재 한국 내 스크린은 2천개를 훌쩍 넘는다. 대부분 제작을 맡고 있는 대기업 계열이나 보니 1,500~1,600개 스크린을 확보하는 건 일도 아니다. 10년 후면 한국영화 산업은 2천만 영화를 아무렇지 않은 듯 얘기할 것이다.

할리우드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
할리우드가 원하는 아시아 남자 배우 상(像)은 액션 스타로 제한적이다. 하지만 할리우드 내 아시아 배우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역할에도 곧 변화가 생길 조짐이다. 특히 K팝의 높아지는 인기에 발맞춰 아시아 남자의 매력이 미국 내 여자들에게도 어필하니, 할리우드 로맨틱 영화에 아시아 배우가 주인공으로 발탁되기에 이를 것이다. 비와 제니퍼 로렌스 커플의 키스가 엔딩을 장식하는 로맨스 영화,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검열
여전히 한국사회에는 검열이 횡행한다. 오르가즘을 느끼는 표정의 배우가 등장한다고 하여 포스터가 모자이크 처리되기도 했다. 아마 차기 혹은 차차기 대선에서 영화인들은 영화 검열의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대통령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 그러니까, 10년 뒤면 진보적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을까. 제한상영관에서 포르노를 볼 수 있고 <한공주> 같은 영화도 청소년들이 감상할 수 있는, 비로소 실질적인 표현 자유의 시대가 열린다.    

사라질 것

DVD
빌 게이츠는 일찍이 DVD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파일로 쉽게 저장할 수 있는데 거추장스럽게 물리적인 부피를 늘리는 DVD를 구입할 필요가 뭐이 있느냐는 거다. 음악 파일 정도는 아니지만 스마트폰으로 영화 한 편을 단 1초 안에 다운받는 날이 멀지 않았다. VOD 서비스가 극장 개봉에 맞춰 이뤄지는 초스피드의 시대에 DVD를 구입하기 위해 개봉을 끝나기를 기다리는 영화 팬은 소수의 수집광을 빼고는 없을 것이다.

3D 안경
수백 명의 관객들이 3D 안경을 끼고 스크린을 응시하는 광경은 낯익다. 하지만 여전히 2시간이 넘는 영화를 보기 위해 3D 안경을 착용하는 일은 불편하다. 지금은 필터가 다른 2대의 카메라로 사물을 찍어 3D 영상을 만들기에 3D 안경이 필요하다. 필터 간의 차이를 하나로 모아주는 편집 방식이나 예전에 마이클 잭슨이 콘서트 장에서 홀로그램을 이용해 3D 이미지를 만들었던 것처럼 맨 눈으로 3D의 입체감을 목격할 날이 올 것이다.

거장
한국영화는 2000년대 중반까지 임권택, 이창동, 김기덕, 박찬욱, 봉준호 등과 같은 거장의 존재로 세계를 호령했다. 이들은 대기업의 자본이 충무로를 접수하기 전에 데뷔하여 무한한 창작의 자유를 누림으로써 자신만의 미학을 펼쳐 보였다. 대기업이 장악한 지금의 거장 명단에는 변화가 없다. 밝힌 이름 그대로다. 흥행 수치와 수익에만 몰두한 대기업 시스템 내에서 감독은 창작자가 아니라 주문에 따르는 고용인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인간 배우 수상
지금까지 연기상은 인간 배우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영화 속 가상 존재인 골룸과 킹콩과 시저가 연기상 후보로 손색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희로애락의 감정을 구현하는 연기가 뛰어났다는 의미다. 공교롭게도 언급한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는 앤디 서키트다. 하지만 가상의 존재를 연기하는 배우의 폭도 이제는 넓어졌다. 연기상 후보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시저가 함께 오르는 광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을 것이다.

스탭 임금 체불
아직 표준근로계약서가 완전히 정착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영화계 임금 체불의 현실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나아지는 쪽으로 개선이 이뤄지는 중이다. 제작자와 감독과 배우와 주요한 영화 스태프를 제외하면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4대 보험은 물론 최저 임금제를 보장하는 선까지 나아갈 것이다. 이를 어기는 제작사는 막대한 벌금과 영화 제작 정지 처분과 같은 중형은 물론 사회적인 지탄까지 받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ARENA
2014년 9월호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