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은 취업하지 못한 채 공무원 시험에 모든 걸 바친 청춘들의 고달픈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이다. <2088 Space Odyssey>는 바로 그와 같은 고시원을 배경으로 한다.
무명의 주인공은 숱이 많지 않은 헤어스타일로 추측건대 오랫동안 고시원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도 공무원 경찰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는 그이지만, 눈꺼풀이 무거운 것으로 보아 꽤 피곤한 듯하다. 그렇게 책상 위로 쓰러진 그의 팔목에 이상한 전자 신호가 나타나고 영화는 예상치도 못하게 우주 배경으로 급선회한다.
우주선이 랜드마크처럼 존재하는 거대한 우주로 뛰어드는 우리의 주인공. 영화는 이 순간을 굉장히 숭고하게 가져가는데 죽음의 이미지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은 중요한 힌트를 내포한다. 고시원이라는 ‘공간 Space’에서 ‘2088년’까지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여행 Odyssey’을 해야 하는 비극적 삶.
누가 이런 삶의 숭고함을 알아줄까. 이 영화만큼은 수많은 고시원 청춘들의 노력을 잊지 않겠노라며 ‘그대의 명예를 위해 싸울 사람은 나’라는 의미의 ‘I am a man who will fight for your honor’를 배경음악으로 선택한다. <2088 Space Odyssey>은 내용도 그렇거니와 저예산 Sci-Fi라는 형식도 지극히 한국적인 토양에서나 가능한 작품이다.
41회 서울독립영화제
(2015.11.26~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