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 내 몸이 구멍으로 빨려가고 있어.” “마신 파라파라는 지반을 붕괴시키는 싱크홀이란 마법을 가지고 있어.” “저 괴물을 처단하자.” “맘모스 빔”
아~ 어찌 잊으랴, <지구 용사 벡터맨>이 선사한 동네 미장원스러운 특수분장, 지금 막 출장 수리를 마치고 돌아온 순돌이 아빠를 초빙한 듯한 조악한 특수효과, 삐용삐용, 꾸에엑 신바람 이박사의 뽕짝에나 삽입될 만한 효과음이 난무하는 특촬물의 매력을.
<고대전사 맘모스맨>은 <지구 용사 벡터맨> 이후 한국 B급 특촬물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영화다. 그런데 소오름, 난데없는 컷 소리와 함께 극 중 <고대전사 맘모스맨>의 촬영 현장임이 밝혀진다.
B급 특촬물의 판타지를 걷어낸 맘모스맨과 마신 파라파라를 연기한 배우들의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들을 맞이하는 건 팬들의 환호성이 아닌 휑한 벌판의 스산한 바람 소리 뿐. 다음 촬영을 위해 이동하는 봉고차 좁은 좌석에 멤버들이 꾸역꾸역 끼어 앉은 모습은 이들의 진짜 현실을 대변한다.
결국, 꾀죄죄하고 궁상스러운 현실을 구원하는 건 ‘우끼고 자빠라진’ 상상력이다. 아니나 달라, 맘모스맨 앞에 나타난 또 하나의 나쁜 놈, 할애비우스.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 우리를 구원해줄 B급 특촬물의 전설은 계속된다, 쭈욱~
41회 서울독립영화제
(2015.11.26~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