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로 ‘Historia’는 ‘역사’와 ‘이야기’를 동시에 의미한다. 안 그래도 이야기, 즉 개인의 사연은 쌓여서 역사를 만들고 역사는 또한 수많은 이야기를 양산한다. 그렇다면 역사의 단절은 곧 사연의 누락을 의미할 테다. <이야기의 역사 역사의 이야기>는 100년이 훌쩍 넘었지만, 철저하게 잊힌 멕시코 이민사를 가지고 역사에 관해 이야기한다.
1905년 인천 제물포항을 출발해 멕시코 살리나크루스에 입항, 유카탄 반도의 에네켄 농장에서 계약 노동자로 일했던 이민 1세대의 흔적은 대부분 사라진 지 오래다. 황폐해진 공간이 되었지만, 거기에는 보이지 않는 시간의 축적이 쌓여 이를 재현해줄 ‘누군가’의 발견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 누군가는 <이야기의 역사 역사의 이야기> 제작진일 터. 영화는 현재의 공간에 과거의 시간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잊힌 역사를 복원한다. 그 방식이 흥미롭다. 프랑스 여자의 질문과 한국 남자의 내레이션이 대화를 통해 이뤄지고 현재의 이미지와 과거의 자료가 분할화면으로 제시되다가 종국에 겹치는 식이다.
역사는 그렇게 다양한 시선을 포함한다. 단수의 시선, 하나의 목소리로는 역사가 품은 다양한 사연의 결을 살려낼 수 없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 사이의 끊임 없는 대화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야만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41회 서울독립영화제
(2015.11.26~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