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서독제] <연무>(䜌舞)

yeonmu

이 영화의 제목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연기와 안개를 아울러 이르는 ‘연무 煙霧‘가 아니다. 연무(䜌舞), 즉 ‘어지러운 춤’을 의미한다. 어지러움의 근원은 극 중 형사의 내레이션이 단서로 작용한다. “누군가는 그리움에 죽고 누군가는 그리움에 살아간다.”

형사는 재개발을 앞두고 폐허가 된 연무동을 찾는다. 이곳의 어느 집에서 청년이 아버지를 죽이고 자살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다. 이를 묘사하는 최시형 감독의 연출은 무겁고 긴장감 넘칠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꺼지지 않은 불씨처럼 은은하게 따뜻한 시선을 견지한다.

폐허와 살인 현장이라는 배경은 관계의 끝을 지시하지만, <연무>는 그와 같은 비극에서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모락모락 피어 올린다. 생면부지의 여고생과 형사가 데면데면하다 점점 서로를 알아가는 사이로 발전하는 이야기 전개가 이를 증명한다. 폐허 현장 여기저기 나뒹구는 회색의 벽돌 조각과 희뿌연 먼지가 눌러앉은 살인 현장의 물품들은 메말랐지만, 바로 그 때문에 불씨만 닿으면 확 피어오를 것만 같다.

그리움이란 게 그렇다. 마음속에 쌓아두기만 하면 삶이 메말라진다. 오히려 그리움을 삶의 동력으로 삼을 때 관계는 다시금 전진한다. 춤을 추듯 삶의 불덩이가 활활 타오른다. 그래서 온기가 넘치는 불의 이미지처럼 ‘어지러운 춤’, <연무>인 것이다.

 

41회 서울독립영화제
(2015.11.26~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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