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애와 민정과 훈은 가족이다. 하지만 피를 나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각자의 집을 나와 또래들끼리 지내는 것 같다. 게다가 마땅히 지낼 곳도 없어 공중 화장실의 한편을 방처럼 사용한다. 신애는 민정과 훈이 어른들을 대상으로 일(?)을 해 벌어들인 돈을 모아 방을 마련해 보려 하지만 만만치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민정이 하혈을 하기 시작한다. 전통적인 개념의 가족이 무너진 지 오래지만 <Family>가 보여주는 가족의 풍경은 생소하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이 우리말로 <가족>이나 <패밀리>가 아니라 낯선 표기법인 <Family>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집에서 나온 아이들이 그들끼리 가족 구조를 이뤄 화장실과 같은 사각지대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작금의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이렇게 아이들은 힘겹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데 부모들은 자식의 처지를 방관하고 자식들은 그런 부모를 불신한다. 부모들의 존재가 완전히 지워진 상태다보니 아이들은 세상을 너무 빨리 알아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잘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부모 없이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이들의 운명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거나 하다못해 동정이라도 해야 하는 것일까. <Family>가 보여주는 바에 따르면, 신애와 민정과 훈에게는 그것조차 필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훈이 신애에게 하는 말, “우리 엄마 같아서 xx 싫어” 이미 그들은 부모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14회 전주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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