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JIFF] <플라멩코 소녀>(Flamenco N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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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짐작되는 바, <플라멩코 소녀>는 플라멩코를 추는 소녀의 이야기다. 다만 그렇게 잘 추는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이 소녀는 플라멩코를 가지고 뭔가 이루려는 포부도 없어 보인다. 중요한 사실은 플라멩코 추는 걸 좋아한다는 것. 고교 졸업반인 정혜는 매사에 자신감이 없다. 모의 취업 면접에서는 자기소개도 제대로 못하고 편의점에서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사장으로부터 모욕을 당해도 대꾸 한마디 못할 정도다. 그럴 때마다 정혜는 플라멩코 연습에 매진한다. 그 순간만큼은 적어도 걱정이나 고민을 싹 잊어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정혜에게 플라멩코는 살풀이 같은 것이다. 숫기 없는 이 소녀에게 세상은 아빠를 제외하면 전혀 호의적이지 않은 곳이다. 아빠도 어깨 힘이 쭉 빠진 것이 오히려 정혜가 돌봐줘야 할 정도인데 그러다보니 그녀에게 플라멩코는 유일한 해방구인 셈이다. 영화는 이에 대해 현실 비판을 가하거나 어떤 식으로도 포장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그녀를 응원하고 있음이 보이는 것은 정혜의 삶을 있는 그대로 지켜봐주기 때문이다. 그것은 극 중 학교 선생님처럼 의무감도, 면접관처럼 사무적인 것도, 편의점 주인처럼 몰래 감시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순수하다. 세상의 모든 정혜에게 필요한 건 그와 같은 사심 없는 시선일지 모른다.

14회 전주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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