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JIFF]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Late Summer in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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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오후 5시만 되면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어쩌고저쩌고 하는 국기에 대한 맹세문이 한국 전역에 울려 퍼지던 믿거나 말거나 한 시절이 있었다. 길을 가던 사람들이 가까운 곳의 태극기를 보고 가슴에 손을 얹는 광경이 일상이었던 것이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에게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나 볼법한 이야기지만 전두환 대통령이 재임하던 5공화국 시절에는 그랬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는 하 수상했던 시절의 엄혹했던 사연을 다소 풍자적으로 묘사하는 영화다. 태석의 아버지는 시골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교내에 방송하고 국기를 게양하는 일을 맡고 있다. 태석이도 아버지의 엄한 가르침 하에 국기에 대한 맹세를 거르지 않는다. 걱정은 좋아하는 삼촌이 ‘빨갱이’ 짓을 하느라 서울 구경을 시켜주지 않는 것. 어느 날 선글라스를 낀 사내가 내려와 삼촌을 연행해간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의 사연은 예사롭지 않다. 예컨대, 얼마 전 논란이 됐던 과다 노출 단속 부활이 단순한 해프닝이었을까? 5공화국 시절에 횡행했던 일이 다시금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동시대성을 확보한다. 엔딩 크레디트에 맞춰 끼익 끼익 쇳소리를 내며 국기가 하기하는 모습에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국가주의의 폐해가 엿보인다.

14회 전주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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