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결산 3] 영등위인가? 영금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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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위의 활약은 올해도 여전했다. 등급 심사와 관련, <미조>는 극 중 근친상간의 설정이 “사회윤리에 어긋나고 선정성, 모방위험 등의 요소가 과도하다”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노골적인 제목, 하드코어한 성행위 표현, 빈번한 성기 노출 등으로 개봉 전부터 “한국에서 온전히 영화를 볼 수 있을까?” 궁금증이 일었던 <님포매니악>은 역시나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이후 수입사가 성기 노출 장면에 블러 처리를 해오자 영등위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허락했다.

청소년들의 현실을 포착한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의 경우, “주제, 내용, 영상 표현에 있어서는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이지만 대사 부분에 있어 거친 욕설과 비속어 등의 사용이 반복적이며 지속적으로 묘사되고 있고 모방 위험에 있어서도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내려, 청소년 영화를 정작 청소년은 볼 수 없게 됐다.

코미디인 듯 코미디 아닌 포스터와 관련한 심의로도 시끄러웠다. <커피 한 잔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은 포스터 속 여자의 엉덩이 라인이 맨 살로 드러났다는 이유로, <몽상가들>은 남자의 얼굴이 여자의 가슴에 닿아있다는 이유로 심의를 반려했다. <님포매니악>은 “음란해 보이는(?)” 배우들의 얼굴을 모두 블러 처리한 ‘상상 그 이상’의 포스터를 내걸어야 했다. 청소년들에게 부적절하고, 모방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등위의 청소년 보호의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기준이 관객에게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심지어 ‘보호’를 자처하며 검열에 가까운 등급 심의를 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예컨대 <명왕성>(2013) 등 청소년의 현실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낸 영화에 대해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매기는 것은 현실과 괴리된 판단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한 청소년이 볼 수 없는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에 대해서 사회윤리를 이유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려 사실상 상영을 막은 사례도 창작의 자유와 문화를 누릴 권리를 해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창작자에겐 사회가 규정한 한계를 넘어선 소재를 취해 작품을 만들 표현의 자유가 있다. 이를 통해 사회구성원 각자가 생각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토론을 부추겨 궁극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킨다. 올해 영등위가 보여준 일련의 ‘등급 이슈’는 이런 예술의 매커니즘을 무시한 채 ‘불가’로 일관하는 성향이 강하다. 과연 2015년에는 영등위가 ‘영금위’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인가. 뚜렷한 변화의 징조를 찾을 수 없어, 한국 영화계 표현의 자유 기상도는 여전히 흐릴 전망이다.

맥스무비
(201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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