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MSFF] <안녕, 루키>(Goodbye, Loo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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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눈물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그래서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찰리 채플린이 말하지 않았던가. 이동욱 감독의 애니메이션 <안녕, 루키>가 그런 경우에 속한다.

루키는 극 중 강아지의 이름이다. 지금 루키는 배가 고픈 상태다. 방안에 밥그릇이 놓여있지만 사료 대신 파리들만 들끓는다. 이를 챙겨줘야 할 주인은 침대에 누워 곤하게 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주인만 믿고서는 주린 배를 채울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루키는 분연히 일어선다. 침대 옆에 놓인 알약을 하나 집어 먹고는 맛이 있었는지 통째로 삼키는 것으로 모자라 방안에 널브러진 소주병을 들고 벌컥벌컥 마시기까지 한다. 그리고는 깊은 잠에 빠져든다.

<안녕, 루키>는 강아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현실의 풍경에 대한 영화다. 이를 위해 이동욱 감독은 본인이 직접 키우는 강아지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런데 루키를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새내기 rookie’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영화에서는 ‘lookie’로 표기된다.) 아닌 게 아니라, 루키의 배고픔을 방관한 채 침대에 누워있는 주인의 모습이 꼭 사회초년병을 연상시킨다. 그냥 사회초년병이 아니다. 방안에 아무렇게 놓인 알약 통과 소주병을 보니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아니, 사회에 진입하기라도 한 것일까?

작금의 현실은 이제 막 사회를 경험하려는 이들에게 지나친 희생을 요구하면서 그렇다고 밝은 미래를 담보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기성세대의 방관 속에 고군분투하는 사회초년병들의 현실은 지옥과 다르지 않다. 다만 <안녕, 루키>는 이를 알 리 없는 강아지를 통해 비극은 뒤로 숨기면서 대신 희극적인 에피소드를 전면에 내세워 아이러니한 현실을 강조한다. 그렇게 깨워도 일어나지 않던 주인을 루키는 자신의 꿈에서 만난다. 주인과 함께 하늘 위를 날며 내려다보는 세상은 얼마나 넓고 아름다운지. 꿈에서만 아름다움 현실을 목격할 수 있는 이 초현실적인 세상에 대해 감독은 ‘안녕 goodbye’이라고 쓸쓸히 말한다.

12회 미쟝센단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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