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 2009] 아듀! 2009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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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4회째를 맞은 부산영화제의 성공 여부를 논하는 건 게으른 일이다. 아시아 최고 영화제이자 세계 3대 영화제와 거의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부산영화제는 이제 그 존재 자체로 어떤 위용을 뽐낸다. 사실 올해 영화제는 시작도 전부터 고전이 예상됐다. 신종플루 여파로 급격한 관객 감소가 예상됐고 실제로 지난해보다 2만 명 정도가 줄어든 173,516명의 관객이 부산을 찾았다. 하지만 영화제 흥행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꽤 선방한 결과라 볼 수 있다. 워낙 세계적인 영화제인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올해는 공격적인 게스트 초청과 프로그램 구성으로 관객 감소율을 최소화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3년 만에 한국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개막작으로 선정하며 이슈를 선점한 것은 물론, 조쉬 하트넷, 틸타 스윈튼, 코스타 가브라스, 다리오 아르젠토, 장 자크 베넥스, 조니 토(두기봉) 등 사상 유례가 없는 해외 게스트들의 내한으로 내외신의 관심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이는 한편으론 성공적인 프로그래밍을 담보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거장들의 특별전이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조니 토 특별전: 도시 무협, 조니 토의 영화세계’,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다리오 아르젠토의 지알로 걸작선’ 등 7개의 특별전을 마련했다. 그중 언급한 조니 토나 다리오 아르젠토 등 거장들을 직접 초청해 특별전을 갖는 건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도 칸, 베를린, 베니스, 토론토 등을 제외하면 이렇게 수준 높은 특별전을 진행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그만큼의 위상을 확보한 영화제인 만큼 월드 프리미어를 역대 최다인 144편으로 늘린 것 역시 그리 놀랍지 않다. 부산영화제가 지금과 같은 명성을 유지한다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월드 프리미어의 편수는 역대 최다를 매년 갱신할 것으로 확신한다. 다만 프로그램 상 아쉬운 것이 있다면 예년만큼 눈에 띠는 한국영화가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13회 부산영화제의 경우, 가히 한국영화의 발견의 해였다고 할 정도였다. <똥파리> <독> <약탈자들> 등 한국 독립영화의 약진은 놀라울 정도였고 이를 확인한 해외 영화제 관계자들이 경쟁적으로 이들 영화를 초청한 건 이미 잘 알려졌다. (<똥파리>는 부산을 필두로 해외영화제의 상이란 상은 모조리 휩쓸며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이런 우수한 한국영화의 발굴이야말로 부산영화제가 지금의 위치를 점할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올해 발견의 영화랄 수 있는 한국 작품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해 해외영화 관계자들은 다소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찬옥의 <파주>, 정성일의 <카페 느와르> 등이 호평을 받긴 했지만 신인이라고 하기엔 뭐해 김이 빠진 것이 사실이다. 이는 부산영화제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영화계의 문제라고 하는 편이 옳다. 박찬욱의 <박쥐>, 봉준호의 <마더> 등 세계적으로 이름난 감독의 작품에 많은 해외 관객들이 몰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젊은 피의 발굴은 한국영화계에 닥친 시급한 문제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결코 부산영화제만 짊어진 숙제가 아니다. 한국영화계는 물론 언론의 역할도 크다. 하지만 대개의 언론들이 새로운 작품의 발견에는 거의 손을 떼다시피 한 분위기였다. 그들의 촉수는 온통 배우, 아니 스타에게만 쏠렸다. 그래서 그들이 호소하는 불만은 ‘뒤로 갈수록 취재할만한 스타가 없다’거나 ‘스타들의 취재에 제한을 너무 둔다’는 것이었다. 이는 영화제 관계자들이 가장 골머리를 앓은 부분이기도 하다. 얼마나 많은 스타를 불러야 이들을 만족시킬 것이며,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취재 제한을 어디까지 둬야 할 것인지, 관계자들의 고민은 올해 유독 두드러져 보였다. (다만 논란이 되고 있는 <마더> GV 당시 영화제측이 원빈을 핑계로 취재를 제한한 건 분명 매끄럽지 못했다.)

이중 상당수는 영화제 전용관인 ‘두레리움’이 완공되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올해 부산영화제는 메인상영관과 주요 행사 시설을 센텀시티로 옮겨 영화 상영과 행사, 그리고 운영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가동해봤다. 백화점을 찾은 고객과 영화제 관객이 섞이면서 다소 시장통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긴 했지만 효율성 면에서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부산영화제의 높이 평가할 부분 중 하나는 전년에 저지른 실수나 미흡한 점을 적극적으로 다음 영화제에 반영해 질적 성장을 꾀한다는 점이다. 올해 역시나 운영에 매끄럽지 못한 지점이 심심찮게 목격됐지만 또 그만큼 발전한 부분도 확인할 수 있었다. ‘미래를 준비하고 선도하는 영화제’를 표방한 올해 부산은 그들이 목표한 바에 상당히 근접한 영화제라고 할만 했다. 아듀! 2009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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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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