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시에라리온을 무대로 노동착취와 인권탄압으로 얻어진 다이아몬드가 어떻게 밀수되어 세계 시장에 진입하는지 피로 얼룩진 과정을 고발하는 영화다.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은 실상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범죄와 마약으로 얼룩진 브라질 빈민촌의 이야기를 담은 <시티 오브 갓>과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말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은 이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보여주다 말미에 이르러  동명소설의 원작자이자 주인공이기도 한 폴로 린스가 직접 출연한 TV화면을 삽입, 이것이 사실이었음을 밝혀 충격을 자아낸다. 다시 말해 할리우드식의 이야기와 영상을 통해 브라질이 처한 현실의 처참함을 강조한 것.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에드워드 즈윅 감독은 이와 반대되는 연출을 보여준다. 시에라리온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허구의 인물인 대니 아처(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솔로몬(디몬 하운수)을 넣어 둘 간의 관계 묘사를 통해 우리 눈에 익숙한 할리우드 영웅이야기로 채색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연출 방법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보여주고 있는 시에라리온의 현실,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 벌이는 잔혹한 전쟁과 이 속에서 인간성을 잃어가는 사람들, 이에는 아랑곳없이 다이아몬드를 밀수하여 배를 불리는 선진 국가들의 자본가를 보고 있노라면 이 영화를 외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사실에 비추어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우리가 흔히 ‘생각 없이’ 보아왔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와는 달리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영화가 자신이 보여준 이야기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불편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령, 영화가 끝나면 감독은 자막을 통해 아프리카 분쟁지역에서 나오는 다이아몬드를 구매하지 말라고 아주 구체적으로 관객의 행동을 요구한다. 그런데 영화 내내 비인간적이던 아처가 마지막 순간 솔로몬을 위해 영웅적으로 산화한 뒤 나오는 자막이라는 점에서 이는 시에라리온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요구라기보다는 할리우드 영웅주의에 관한 강요로 비춰진다.

<시티 오브 갓>과 <블러드 다이아몬드>, 아니 느끼게 하는 것과 강조하는 것, 그 차이는 이렇게 크다.


(2007. 1. 14.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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