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1999, 면회> 김태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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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곤 감독의 <1999, 면회>는 또 한 편의 1990년대 배경의 영화다. 군대 간 친구를 면회하는 대학교 1학년생, 즉 99학번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장을 이야기한다. 다만 이 영화 속 1990년대는 볼거리라기보다는 상징적인 의미의 시간적 배경에 가깝다. 김태곤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영화가 됐으면 했기 때문이란다. 

이 영화는 지금 한창 한국 대중문화의 화두라고 할 수 있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원래는 대학교 때 내가 겪었던 내용으로 써놓았던 단편 시나리오였다. 영상원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시나리오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 자리에서 <1999, 면회> 얘기도 나왔다. 친구들이 재미있겠다, 찍어보자 했는데 난 더 이상 단편은 못 찍겠더라. 만든다면 장편으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 있던, 이 영화에서 프로듀서와 촬영을 맡은 친구들과 함께 강원도 철원으로 헌팅을 갔다.

1990년대 중에서도 1999년을 선택한 건 왜인가?
당시 IMF가 터진 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친구들이 군대를 많이 갔다. 그렇게 1999년에는 우울한 기운들이 있었던 것 같다. 종말론도 대두됐었고 밀레니엄버그니 Y2K니 말들이 많았지 않나. (웃음) 그래서 1999년을 시간 배경으로 그 시절의 감성을 담는 게 이 영화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오프닝은 면회 가는 길을 보여주지만 도시에서 시골로 변해가는 자동차 창밖 풍경을 통해 1999년이라는 과거로 시간여행을 간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로드무비가 그런 것 같다. 사실 이게 1999년이라고 믿어주세요 하며 가는 영화이지 않나. 나중에는 1999년으로 몰아가지 말자, 노골적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당시의 음악을 통해 화면 안에 스며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관객들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증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1999년이라고 감지하길 바랐다.

대학교 1학년이면 굉장히 많은 에피소드와 사건이 있었을 나이 아닌가. 그중에서 군대 면회를 소재로 삼은 이유가 궁금하다.
대학교 1학년 때 고등학교 동창의 군대 면회를 처음 갔었다. 굉장히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내 친구 중에 군인이 있고 그를 보기 위해 면회를 갔다 온 느낌이 마치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이 영화는 30%가 실제 경험담이고 70%가 픽션인데 내 자신의 추억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게 참 부끄럽다. 영화를 많이 찍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편한 마음이었다. 개인적인 기억이라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공감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만들었다.

그래서인가, <1999, 면회>는 어떤 면에서 기억의 영화이기도 한데 미화하지 않는다.
내 성향이 그렇다. 미화하는 것을 잘 못 본다. 대신 이 영화의 취지는 ‘너무 심각하게 가지 말자’였다. 최근의 많은 독립장편영화를 보면 사회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거나 심리를 너무 깊이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가는 걸 원치 않았다.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극 중 인물들의 심리를 보여주기 위해 클로즈업을 활용하기도 했는데 그러면 영화의 톤이 무너질 것 같아 최대한 절제했다. 인물들에게 내 개인적인 감정을 개입시키고 싶지 않았다. 배우들에게도 감정연기에 있어서 서툴고 거칠게 해줬으면 싶다고 주문했다. 

극 중 한 친구는 그날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긴다. 그런데 면회 중에 카메라를 잃어버린다. 이 영화는 여러 가지 의미의 첫 경험에 대한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성장이란 잃어버린 것을 아쉬워하고 그걸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극 중 인물의 실제 모델이었던 그 친구가 당시에 카메라를 잃어버린 건 아니었다. 지금도 그 친구와 연락을 하고 지내는데 당시 면회 갔을 때 찍었던 사진을 아직도 받지 못했다. 그야말로 추억인 것 같다. 그런 감성을 영화 속에 아련하게 남기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나의 경험뿐 아니라 친구들의 경험도 알음알음 묻었으면 했다. 사실 영화 속에서 카메라를 잃어버리게 한 건 실수를 많이 시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1999, 면회>는 군대 간 친구를 위로하러 가는 게 출발이지만 결국엔 면회 간 친구들이 위로 받는 사연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많은 것을 잃게끔, 그러면서 성장할 수 있는 여지를 관객에게 남기고 싶었다.

사진 허남준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리뷰 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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