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misff] <고치>(Coc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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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는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녀의 집을 방문하고 싶다는 남자 친구의 요청을 민아는 야멸차게 거절한다. 엄마를 보이고 싶지 않아서다. 폐허와 다름없는 아파트의 바퀴벌레가 득시글거리는 집 안에서 엄마는 ‘고치’가 되어 방안에 감금된 상태다. 엄마는 민아를 보자마자 결혼을 한다면 죽여버리겠다며 욕지거리를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폭력까지 행사해 민아의 몸에 심한 상처를 남긴다.  
여은아 감독의 <고치>는 연필을 사용한 애니메이션이다. 하얀 도화지 위에 검은 연필로 여백이 거의 없이 인물과 배경을 그려 넣은 이미지는 신경질적인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민아의 시점으로 그녀가 처한 공포감을 묘사하기 위한 형식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고치>가 선사하는 기괴한 이야기와 이미지는 결혼을 앞둔 민아의 심리적 풍경이다. 민아에게 있어 결혼은 그녀 평생에 처음 경험하는 독립의 순간이다. 그동안 누렸던 엄마의 보호라는 고치를 떠나야 하는 민아의 심정은 과연 어떤 것일까. 그것은 또한 그녀가 결혼 후 딸을 갖는다면 후에 엄마의 심정에서 맞닥뜨려야 할 경험이기도 하다. (스포일러 주의! 그래서 영화는 엄마의 강제력에서 벗어난 민아의 클로즈업한 얼굴을 360도 회전하며 끝을 맺는다)
결혼과 독립, 그리고 성장이라는 보편적 경험이 날로 가치를 잃어가는 작금에 <고치>가 선사하는 공포는 독특한 데가 있다. 독립은 성장이고, 성장은 살을 떼는 아픔을 동반하는 삶의 통과의례다. 그중 ‘살을 떼는’에 초점을 맞춘 <고치>는 독립이란 자신을 감싼 보호막을 찢어야 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한국 특유의 공간이랄 수 있는 아파트가 극 중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것처럼 3포 세대니, 5포 세대니 삶이 더욱 각박해진 젊은 세대에게 결혼과 같은 독립은 더더욱 악몽에 가깝다. 이를 행하는 민아에게나 그녀의 엄마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을 ‘상처’로 각인될 수밖에 없음을 <고치>는 역설한다. 

14회 미장센 단편영화제
(2015.6.2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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