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nderful Spectacle – <삼거리 극장>의 극장 세트



전계수 감독의 <삼거리 극장>은, 할머니를 찾으러 나갔다가 삼거리 극장에 취직하게 된 소단(김꽃비)이 혼령들과 함께 존폐 위기에 몰린 극장을 구하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 영화다. 그래서 무대가 되는 ‘삼거리 극장’은 초반 몇 분을 제외하곤 영화 내내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가 스크린을 통해 보는 삼거리 극장의 모습은 두 군데 장소에서 촬영이 된 것이다.

먼저, 극장 외부의 모습은 전라도 곡성에 위치한 쌀집 건물이다. 1930년대 조선영화 부흥기에 세워져 한때를 풍미했으나 <소머리 인간 미노수 대소동> 상영 중 일어난 화재로 이제는 잿더미가 된 삼거리 극장이라는 영화 속 설정을 재현하기 위해 촬영진은 곡성까지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 탓에 전계수 감독은 삼거리 극장이 묵시록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비추길 원했다.

이를 위해 좌초한 난파선의 형상을 염두에 두고, 황량한 도시 이미지로 유명한 폴란드의 화가 벡진스키의 그림 구도와 색감 그리고 비전을 컨셉삼아 극장의 외관을 구성하였다. 이에 더해 감독은 영화 속 극장 내부의 계단 장면을 고려해 극장 건물이 4층으로 보이길 원했고 원래 3층 건물인 이곳을 CG를 통해 한 층을 더 올려 마침내 완벽한 삼거리 극장의 외관을 완성할 수 있었다. 

내부 촬영은 <친구>로 유명한 부산의 삼일극장에서 이루어졌다. 30년대식 대극장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영화의 설정과 유사한 면이 있지만 무엇보다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X자형 계단 구조가 전계수 감독의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감독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기는 삼거리 극장의 외부와 달리 내부는 판타스틱한 분위기를 내기를 바랐는데 그 계단의 구조가 기괴한 입체성을 풍기는데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그런 분위기가 잘 구현된 것이 바로 <에리사, 더 라스트 프린세스>의 뮤지컬 장면. 워낙에 계단의 구조가 뛰어났던 까닭에 키 라이팅 조명만으로도 환상적이고 강렬하며 유쾌한 콘서트의 느낌이 잘 살아나는 장면을 얻을 수 있었다.

전계수 감독이 삼일극장을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스크린 시설이 무대 위에 설치되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뮤지컬을 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이 주는 스테이지라는 특성을 버릴 수 없었던 것. 그래서 감독은 소단이 혼령들을 만나 밤의 재판에 회부되는 객석 무대의 법정 세트를 그리스 고전 비극의 느낌이 나도록 구성하였고 이를 위해 대칭적이면서 운명적인 느낌의 구도와 색조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렇게 <삼거리 극장>의 하드웨어이면서 동시에 소프트웨어의 기능까지 수행한 곡성의 극장 건물과 삼일 극장은, 안타깝게도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을 예정이다. 한때 곡성 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잘 나가던 쌀집 건물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극장 간판을 내리고 쌀집만이 쓸쓸히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며, 부산의 삼일극장은 도로공사로 인해 조만간 철거될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2006. 11. 10.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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