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손님>(Ad-Lip Night)


<여자, 정혜>와 <러브 토크>에서 드러났듯 이윤기 감독은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에서 특별함을 뽑아내는 흔치않은 재능의 소유자다. 신작 <아주 특별한 손님>에서는 일본의 여류 소설가 다이라 아즈코의 단편소설 <애드리브 나이트>를 원작 삼아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을 반추하는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보경(한효주)에게 낯선 청년들이 접근한다. 그러고선 다짜고짜 부탁하기를 누가 죽어가고 있으니 하루만 그의 딸 역할을 맡아달라는 것. 망설이던 그녀는 절박한 그들의 사연에 마음이 움직여 하루 동안 타인 행세를 하게 되고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윤기 감독의 작품에서 사건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이 영화에서도 사건이라고 하면 고작(?) 누군가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뿐이지 그 전후사정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대신 사건을 접하는 사람을 들여다본다. 그래서 <아주 특별한 손님>의 카메라는 무관심하게 보경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뿐이다.

그러다보니 한 인물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주변 가족들의 반응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왜냐고? 이런 인간군상의 모습이야 얼마든지 우리 주변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를 통해 극중 보경은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고 그럼으로써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던 이야기는 특별함을 획득하게 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이 이윤기 감독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 성찰의 내용은 좀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전형적이다 싶을 정도로 이어지는 결말이 그 특별한 순간의 감흥을 저하시키는 까닭이다. 이를 두고 감독은 ‘착한 여자 콤플렉스’라는 표현을 했더랬는데 세 번째 작품에 이르기까지 변화가 없는 결말에 비추어 앞으로 그의 과제는 이 틀을 어떻게 깨느냐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2006. 11. 15.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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