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티지>(The Prestige)


영화와 마술의 공통점은 트릭, 즉 속임수를 기본으로 하는 장르라는 점이다. 영화는 카메라를 통해, 마술은 무대장치를 통해 관객을 황홀경에 빠뜨린다. <메멘토><배트맨 비긴즈>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프레스티지>는 영화이면서 한 편의 마술이자 거대한 속임수다.

앤지어(휴 잭맨)와 보든(크리스천 베일)은 런던의 잘 나가는 마술사. 그런데 둘 사이에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진다. 마술쇼를 벌이던 중 보든의 속임수로 앤지어의 아내 줄리아(파이퍼 페라보)가 목숨을 잃은 것. 이후 앤지어와 보든은 복수에 복수를 거듭하던 중 목숨을 건 마지막 마술 승부를 펼치기에 이른다.

<프레스티지>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마술은 3단계로 이루어져 있음을 밝힌다. 평범한 것을 보여주는 1단계, 이를 비범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2단계, 그리고 가장 높은 경지에 오른 마술 ‘프레스티지’는 3단계라는 것. 그래서 영화는 이를 형식으로 구조화한다.  앤지어가 보든의 마술 책을 보는 시점, 보든이 앤지어의 일기장을 보는 시점, 그리고 두 주인공이 마지막 대결을 펼치는 시점으로 나누어 3개의 상황대별로 교차해 구성하는 것이다. 때문에 속임수의 최고 경지를 실현하기 위해 감독은 마지막 순간 영화의 ‘프레스티지’랄 수 있는 반전을 심어놓는다. 

하지만 <프레스티지>의 그것은 <식스 센스>나 <유주얼 서스펙트>처럼 오로지 반전을 향해서만 달려가지 않는다. 대신 이야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반전이 생겨난다. 그 내용과 상관없이 반전이 형식상 의미를 갖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보여주는 반전이 허무한 건 사실이다. 그 트릭이 관객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만큼 싱겁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프레스티지>를 실패한 영화로 본다면 이는 참으로 슬픈 일이 될 듯하다.  이미 언급했듯 이 영화에서의 반전은 그 내용보다 ‘왜’ 등장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프레스티지>는 극 사이사이마다 마술을 이해하는데 있어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을 강조한다. 마술은 그 황홀함의 결과와 달리 속임수의 방법이 의외로 간단할 뿐더러 그것이 밝혀지기라도 하면 신비감이 깨져 매력이 사라진다는 것. 이를 인지한다면, 이 영화에서의 반전의 쓰임새가 훌륭하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마술에서 트릭이 밝혀지는 순간 허무해지는 속성을 <프레스티지>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쉬운 건, 이 영화의 홍보다. ‘침묵서약’ ‘경악할만한 반전’ 등의 문구를 앞세워 <프레스티지>가 오로지 반전으로만 존재 의미를 갖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한 건 안타까운 일이다. <프레스티지>는 마술이라는 장르를 영화 속에 구조로, 또 형식으로 체화해 보여주는 데 더욱 공을 들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2006. 11. 11.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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