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자>(Host & Guest)


세상이 불안한 건,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으뜸은 대화의 기술이 부족한 탓이다. 시대가 첨단화될수록 사람간의 교류가 줄어드니 대화는 사라지고 이득에 눈 먼 자들이 많아지니 일방적인 소통이 주를 이뤄 세계는 점점 혼란 속에 휩싸인다. 신동일 감독의 <방문자>는 바로 그런 세태를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다.

대학 강사 호준(김재록)은 아내와 이혼을 했고 교수 임용에 탈락해서인지 세상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신의 심사를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일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욱’하는 성질을 드러낼 정도. 호준의 앞에 계상(강지환)이 나타난다. 계상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전도사. 그것도 여호와의 증인의 신자다. 이처럼 각자의 기준에 맞춰 자신들의 세계가 뚜렷한 이들이 불가능할 것만 같은 우정을 나누기 시작한다.

<방문자>는 표면적으로 이 둘 간의 우정을 묘사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보여주려 하는 것은 우정의 근간을 이루는 소통의 방식이다. 감독이 보기에 이 세상은 만성적인 소통 부재에 시달리는데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려든다면 그 해결방법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을 드러내려는 목적이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주입하려는 호준과 넓은 이해심을 갖추었지만 사람들이 꺼려하는 종교를 가진 계상을 등장시켜 소통을 말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감독은 주인공의 자화상을 비추며 이들이 극장에서, 택시에서, 노래방에서 어떻게 주변사람과 불화하는지 그 주변부를 통해 소통 부재에 시달리는 이 사회의 모습까지도 아울러 보여준다. 하지만 <방문자>는 그런 대화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있어 우리 사회로만 한정하지 않고 그 범위를 전 세계로까지 넓힌다. 사실 그래봤자 전 세계를 상대로 테러(?)를 벌이고 있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한 사람을 등장시킨 것에 불과하지만 그치야 말로 일방적인 소통으로 불안을 야기한 대표적인 인물이 아닌가.

<방문자>는 이처럼 영화가 내세우는 주제를 우회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그렇다고 이것이 투박하거나 거부감을 주지 않는 것은 감독이 유머를 이 영화의 주요한 화법으로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유수의 영화제를 돌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부시의 사진이 실린 신문 위로 라면을 흘려 소통부재의 원인자를 놀려먹는 식의 유머러스한 연출은 관객들로 하여금 무거운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도움을 준다.

이처럼 목표를 앞에 두고 머뭇거리지 않은 채 직구처럼 쏘아붙이는 감성과 적절한 유머를 혼합한 세련된 연출은 확실히 메이저 영화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독립영화만의 미덕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그런 신동일 감독만의 직접 화술이, 서로를 이해하자는 판에 박힌 교훈을 이야기하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감수성으로 느끼게 하는 원동력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방문자>를 통해 한국 영화계는 또 한명의 주목할 만한 감독을 얻었다.


(2006. 11. 14.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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