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과학>(La Science des Reves)


<수면의 과학>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인간의 뇌를 통해 들여다보는 영화다.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생각해 낼 수 있냐고. 미셸 공드리라면 가능하다. 그리고 우린 이미 그런 그의 장기를 <이터널 선샤인>에서 확인한 적이 있다. 이번엔 또 어떤 기발한 상상력으로 우리에게 사랑을 이야기할까.

어려서부터 꿈과 현실을 곧잘 착각하곤 했던 스테판(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화가로써 좀 더 나은 환경을 위해 파리로 온다. 기대와 달리 그가 취직한 곳은 단순 업무가 주를 이루는 달력회사. 이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스테판은 앞집에 사는 이웃 여성 스테파니(샬롯 갱스부르)를 알게 되고 그녀의 매력에 푹 빠진다. 그런데 스테판은 어찌된 일인지 사랑을 코앞에 두고 꿈과 현실을 착각하는 자신의 지병처럼 오락가락이다.
 
기억을 가지고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수면의 과학>은 <이터널 선샤인>과 닮았다. 하지만 두 영화는 닮은 듯 하면서도 본질적으로는 다른 구석이 있다. 전작이 헤어진 연인들을 대상으로 사랑의 소중함을 역설하고 있다면 이 영화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연인을 등장시켜 상상과 현실 속 사랑 간의 괴리를 드러낸다. 이를 위해 미셸 공드리 감독은 <이터널 선샤인>을 말하는 데 있어 기억 속 아련하게 박혀있는 화석화된 추억의 이미지를 이용했다면 <수면의 과학>에서는 파이(π)처럼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상상의 이미지를 활용한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그 유명한 ‘큰 손바닥’처럼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발한 장면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특징이 있다면, 셀로판지와 마분지처럼 수공예적인 특수효과가 주를 이룬다는 것. 이는 마치 아이들이 보는 쇼프로를 연상시키는데 거기엔 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수면의 과학>이 보여주는 사랑은 단순한 사랑이 아닌 한없이 철없는 남자의 위악적인 행동을 통해 바깥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유아적인 그것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영화 속 사랑이 감독인 미셸 공드리의 경험이 반영된 이야기라는 점이다. 사실 <수면의 과학>은 <이터널 선샤인>을 찍던 중 여자 친구와 헤어진 뒤 구상된 것인데 이런 경험을 겪으면서 그는 사랑과 자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나보다. 그 결과물이 바로 <수면의 과학>인데 그렇다면 현실의 공드리랄 수 있는 영화 속 스테판은 그런 자신의 유약함을 깨닫고 사랑을 얻을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감독은 여전히 꿈과 현실을 착각하며 그 경계에서 머뭇거리는 스테판의 모습을 통해 사랑에 대한 고민은 결국 뫼비우스의 띄와 같다는 결론으로 그 대답을 대신하는 듯하다. 한마디로 <수면의 과학>은 과학은 과학이로되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말하는 과학인 셈이다.


(2006. 11. 15.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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