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울음이 종이 한 장 차이인 것처럼 삶과 죽음 역시 그 경계는 금하나 사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쉽게 죽음을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생사(生死) 코믹 극으로 명명된 이형선 감독의 <무도리>는 죽음의 끝에 다다랐다가 현실을 직시하고 삶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노인 10여명만이 살고 있는 강원도 산골마을 무도리(無道里). 부쩍 이곳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사회의 비정함을 이기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기 위해 모여든 자살클럽 멤버들이다. 이들을 이용해 봉기(박인환), 해구(최주봉), 방연(서희승) 노인 3인방은 돈벌이를 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특종을 찾아 초보 방송작가 미경(서영희)이 합류하면서 사태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영화는 죽음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이를 심각하거나 진지한 방향으로 이끌지 않는다. 대신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인물들의 엉뚱한 면과 이를 이용해 돈 좀 만지려는 노인들의 순박한 면을 결합시켜 코믹한 면을 강조한다. 이런 유의 영화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할머니 3명을 전면에 내세운 초유(?)의 캐스팅으로 흥행에 성공했던 <마파도>는 이 장르의 선배 격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무도리>는 할아버지판 <마파도>라고 불려도 좋을 만큼 흡사한 모양새다. 그럼으로써 영화는 삶의 소중함이라는 진지한 주제를 어렵지 않고 쉽게 드러낼 수 있었다.
하지만 <무도리>는 영화라기보다는 TV를 보는 듯 가벼워 보인다. 코믹하기 때문에 가벼운 것이 아니라 코믹을 다루는 방식이 가볍다는 얘기다. 계산된 설정을 따르기보다는 배우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으며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화장실 유머는 불편하기보다 이제는 지루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옳다. 무엇보다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영화이면서 그 차이를 장면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말로써만 쉽게 풀어낸 것은 실망스러운 대목이다.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로 사용되는 도깨비 골을 충분하게 이용하지 못한 데서 나오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는 TV 드라마와 단막극 연출로 잔뼈가 굵은 감독이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두 매체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경험부족으로 보인다. 그런 탓에 가벼운 웃음을 즐기려는 관객에게 <무도리>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겠지만 그 이상을 바라는 관객에게 이 영화는 참을 수 없이 가볍게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2006. 9. 10. <스크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