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본격적으로 9.11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플라이트93>이 개봉한데 이어 <플래툰><7월4일생><JFK><닉슨> 등으로 논쟁을 불러온 올리버 스톤 감독이 이 대열에 동참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9.11 당일 건물 잔해에 갇혔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두 경찰관 존 맥라글린(니콜라스 케이지)과 윌 히메노(마이클 페냐)의 실화를 다룬다. 감독은 이를 통해 9.11이 보여준 악한 면과 선한 면을 동시에 보여주는데 주력한다. 그래서 에둘러 가기 보다는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파괴되는 모습을 CNN 보도화면이 아닌 직접 구성한 장면으로 보여주며 당시 상황을 직시한다.
이미 숫하게 봐와 눈에 익은 광경이지만 여전히 경악할만하다. 그 진실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지 않은 까닭에서다. 올리버 스톤이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만든다고 할 때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이유다. 최대한 진실에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대한 자료를 제시하며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는 올리버 스톤 감독에 대한 기대.
하지만 그는 9.11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대신 그날 사고 현장에서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몸을 바쳤던 두 주인공과 희생자들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 정부의 온갖 음모와 비리에 대립각을 세웠던 그가 이번엔 날선 의견은 접어두고 역사를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다. 올리버 스톤의 영화라고 느껴지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2006. 9. 12. <스크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