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죽음 이후 시해의 배후로 의심받는 동생 리(유게)가 황위를 계승한다. 미망인이 된 황후 완(장즈이)은 아들이자 옛 연인인 우루안(다니엘 우)을 살리기 위해 리의 여자가 된다.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배신과 음모, 그리고 치명적인 사랑에 이어지는 복수.
<야연>은 한마디로 말해 대륙으로 무대를 옮긴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라 할 만하다. 바꿔 말하자면 서양인의 구미에 맞게 각색된 중국영화라는 얘기도 된다. 그래서 펑 샤오강 감독은 <영웅>과 <연인>으로 중국을 넘어 할리우드에서도 통하는 흥행감독이 된 장이모의 전략을 따른다.
할리우드의 오락영화를 연상케 하는 이야기를 광활한 대륙의 풍광을 배경 삼아 여기에 중국 특유의 무예를 집어넣고 장즈이를 출연시킨 것. 특히 할리우드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아시아 여배우 장즈이를, 세 남자의 사랑을 받고 동시에 그들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팜므 파탈로 그려 그 매력을 십분 살리는 데 주력한다.
그것이 꼭 나쁘다는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그런 완의 캐릭터에 너무 경도하다보니 장즈이의 매력은 살릴지언정 영화의 이야기는 마지막 순간 맥이 풀릴 만큼 탄력을 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런 까닭에 유려한 무용처럼 보이는 무예도, 동양식으로 각색된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도, 눈을 압도하는 스케일의 황실 세트도 공허하게 비춰질 뿐이다.
(2006. 9. 11. <스크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