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국내 출판계에 추리소설 바람이 거세다. 그 선두주자 중 하나가 바로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다. 이미 두 군데 국내 출판사에서 그녀의 전집이 출간되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DVD로도 출시가 되었다.
‘아가사 크리스티 패키지(Agatha Christie Package)’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된 이번 타이틀에는 모두 8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위치우드 살인사건>(82) <잊을 수 없는 죽음>(83) <카리브 해의 비밀>(83) <거울 살인 사건>(85) <13인의 만찬>(85) <3막 살인>(86) <죽은 자의 어리석음>(86) <갈색 양복의 사나이>(89)가 바로 그것.
그녀의 초기작부터 후기작까지 시대에 따라 고르게 실려 있는데 <갈색 양복의 사나이)는 1924년에 발표된 작품이며 중기 작이랄 수 있는 <위치우드 살인사건>과 <잊을 수 없는 죽음>은 각각 1939년, 1945년 작품이고 후기작인 <카리브 해의 비밀>은 1964년에 출간되었다.
특히 이번 패키지의 가장 큰 매력은, 책의 활자를 통해 머릿속으로만 이미지를 그릴 수 있었던 두 주인공, 애큘 포와로와 미스 제인 마플을 실물(?)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포와로가 등장하는 작품이 두 편(<13인의 만찬><죽은 자의 어리석음>), 마플 여사가 등장하는 작품이 세편(<카리브 해의 비밀><거울 살인 사건><3막 살인>) 실려 있는데 이를 연기한 피터 유스티노브와 헬렌 헤이즈가 각각 포와로, 마플의 전문배우로 명성을 날린 건 이미 유명하다.
모두 아카데미상 수상자일 정도로 워낙에 연기가 출중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들의 외모가 소설 속 지문, 즉 ‘달걀 모양의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여 갸우뚱한 모습을 하고 있는’ 포와로와 ‘점잖고 설득력 있는 태도를 지닌 백발의 할머니 노처녀’ 마플에 흡사할 정도로 가까웠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가사 크리스티 패키지가 본편 외에 별다른 서플먼트를 담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활자를 영상화한 영화의 힘이 크다. 물론 1920년부터 1976년까지 평생 56년간 집필 활동을 하며 66편의 장편과 20편의 단편을 생산한 아가사 크리스티의 공적에 비추어 8편은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단 한편만이 DVD로 출시되어 있는 국내 실정상 아가사 크리스티 패키지의 출시는 그녀의 팬뿐 아니라 추리영화 팬들에게는 퍽이나 반가운 선물이 아닐 수 없다.
(2006. 12. 13. <스크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