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보그지만 괜찮아>(I’m a Cyborg, But That’s OK)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이하 싸이보그)>는, 자신을 싸이보그라고 생각하는 영군(임수정)과 그녀를 도와주려는 일순(정지훈)의 신세계 정신병원을 무대로 한 로맨스 영화다. 전작을 통해 무거운 소재의 핏빛 어린 연출력으로 악명을 높였던 감독이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정신병원을 무대로 하고 있으면서 이 장르의 룰을 의도적으로 배반해 이를 로맨스 영화의 틀로 사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렇기 때문에, <싸이보그>에서 영군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은 의사들의 치료가 아니라 일순의 사랑이다. 특히 그것이 상대방의 차이를 없애는 쪽이 아니라 인정하는 순간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그래서 감독은 정신병원이지만 흰색타일이 깔린 건조한 공간이 아니라 울긋불긋한 문양이 돋보이는 컬러풀한 공간으로 묘사하고 있고 여기에서 환자들이 자신의 개성을 맘껏 표출하도록 한다(건전지로 밥을 대신하고 형광등과 이야기를 나누는 영군과 남들의 성격을 자신의 것으로 훔쳐오는 것이 특기인 일순). 의사 역시 환자를 억압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이니, <싸이보그>는 마치 한편의 동화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에 대해 무엇 때문에 그래야 하는지, 또한 왜 그렇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 논리적인 설명을 하지는 않는다. 당연하다. 박찬욱 감독은 그 빈 공간을 상징과 기호 또는 공식의 배반과 같은 의미체계로 이미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영군은 자신을 싸이보그라고 생각하지만 카메라는 이를 영군의 시점이 아닌 일순의 시점에서 보여준다.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 전체가 일순의 상상이 아닐까 추론하게 하는 것이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싸이보그>는 불친절한 영화로 다가온다. 사람을 통해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사람을 보니 자연스러움보다 인공성이 더욱 앞서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영화 전체를 끌고 가는 주인공 아이들의 엉뚱한 행동과 말투가 그들에게서 온 것이기보다는 이들보다 영리한 감독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 지문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생뚱맞고 썰렁한 것 역시 사실. 그래서 <싸이보그>는 이미지를 초점에 맞추느냐, 이야기를 초점에 맞추느냐에 따라 호오가 극단적으로 갈릴 영화다.


(2006. 12. 15.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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